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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탁현민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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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탁현민(사진) 청와대 행정관의 성(性) 인식 논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성 인식 왜곡, 청와대에 조치 촉구 #문 대통령 측근 … 사퇴 여부 주목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탁현민 행정관의 발언 내용이 도를 지나친 게 맞다”며 “청와대 측에 (탁 행정관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2007년 발간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밝히며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 대상”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임신한 여교사에게 성적 판타지를 느꼈다고 밝힌 것이 최근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내 연애에 대해서도 “닭장 안의 닭은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달에도 같은 해 낸 『남자마음 설명서』에서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라는 등의 여성 비하적 표현을 쓴 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민주당의 한 여성 의원은 “탁 행정관의 발언들은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돼지발정제’만큼이나 부적절한 성의식을 드러낸다”며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이런 문제로 논란이 된다는 게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기정 연세대 교수가 여성 관련 구설이 문제가 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서 물러나고,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허위 혼인신고 및 아들의 기숙사 논란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하는 등 관련 이슈가 연이어 불거지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대변인은 “(탁 행정관의 발언은) 내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탁 행정관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나 그렇게 본다”고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 같은 여권의 요구를 수용할지에 대해 여권에선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탁 행정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히말라야산 트레킹을 같이 갔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이미 몇 주 전부터 논란이 있었는데도 탁 행정관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이유”라며 “인사 검증이 불필요한 행정관인 만큼 끝까지 안고 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트레킹에 동행한 측근인) 양정철 전 비서관이 떠난 상황에서 탁 행정관 외에 마땅히 홍보기획을 맡길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 행정관 자신은 지난달 『남자마음 설명서』가 논란이 됐을 때 페이스북에 “10여 년 전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깊이 반성한다”는 글을 남기곤 이후 침묵 중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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