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없는 아프간에 숲 위장 전투복…美 319억 날려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의 군복 제작을 지원하는 데 쓴 비용 2800만 달러(약 319억원)를 낭비했다고 21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숲 위장용 우드랜드 전투복을 입을 아프간 군인. [AP=연합뉴스]

숲 위장용 우드랜드 전투복을 입을 아프간 군인. [AP=연합뉴스]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07년 당시 압둘 라힘 와드닥 아프간 국방장관의 결정에 따라 ‘우드랜드 BDU’ 전투복을 구매하는 데 비용을 지출했다. ‘우드랜드 BDU’ 전투복은 단일 색상이던 예전 전투복보다 위장 효과가 뛰어나 생존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美, 위장 효과 없는 전투복 지원 #"아프간 장관이 좋아해서 골라" #"패션 명분으로 혈세 낭비해" #

그러나 숲에서 위장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이 전투복은 아프간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프간의 국토 대부분이 사막과 산악지대이기 때문이다. 삼림이 차지하는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당시 와드닥 장관과 함께 유니폼을 고른 미 당국자는 “그(장관)가 좋아했기 때문에 (우드랜드 BDU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미 국방부가 싸게 살 수 있는 다른 전투복 대신 값비싼 우드랜드 BDU 구매를 추진하게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별감사관실의 존 소프코 감독관은 “아프간 환경에 대한 조사 없이 전투복이 채택됐다”며 “장관이 예쁘다고 생각해 고른 무늬에 패션이라는 명분으로 국민 혈세 2800만 달러를 낭비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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