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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나선 30대, 임대소득 노린 60대가 가계부채 급증 주도했다

중앙일보

입력

 30대 주부 고모 씨는 지난달 생애 첫 ‘내집’을 마련했다. 그동안 전셋집에 살았지만 아이들이 커가는데다 전세보증금도 2년마다 무섭게 뛰어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기로 결심했다. 집값 5억8000만원 중 2억5000만원은 대출을 받았다. 고 씨는 “결혼한 주변 친구들도 하나 둘씩 내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대부분 집값을 모두 자력으로 마련하기보다는 상당부분은 은행 빚으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내집 장만한 30대 중 78%가 대출 받아

고 씨처럼 내집 마련에 나선 30대가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세를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에 30대 이하 연령대는 가계대출 증가액이 13조6000억원에 달했다(지난해 말 대비).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증가액일 뿐 아니라, 전체 가계부채 증가액의 64%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30대는 전ㆍ월세에서 자가로의 전환이 활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타 연령대에 비해 금융회사 차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4~2016년 상반기 중 전월세에서 자가로 전환한 약 100만 가구 중 30대 이하가 40만 가구를 차지한다. 30대는 자가로 전환할 때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가구의 비율이 77.9%로 40대(67%)나 50대(44.3%) 60대(39.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임대사업에 나선 은퇴자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한몫했다. 임대주택 투자는 수익률(전월세 전환율 6.4%)이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데다, 보증금 월세는 임대료 연체로 인한 손실 위험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노령층 투자가 늘고 있다. 60세 이상 연령층 중에서 자기 소유 집을 월세 주고 있는 가구 수는 2012년 27만7000가구에서 지난해 42만7000가구로 크게 늘었다.

이렇게 임대소득을 위한 임대주택 투자가 늘면서 관련 금융부채 규모는 크게 늘고 있다.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임대가구(전세 또는 월세를 주고 있는 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2012년 179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26조3000억원으로 26.1% 증가했다. 특히 투자 목적이 강한 임대가구(자가거주하면서 임대하는 가구)의 금융부채 증가율은 2015년 15.8%, 지난해 12.4%로 전체 가구 평균(2015년 7.3%, 지난해 8.9%)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은행은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누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유’가 아닌 ‘거주’ 중심의 주택소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임차인 보호제도를 개선하고 기업ㆍ공공형 임대주택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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