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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조희연, 교육 역주행 대신 하나고부터 감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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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개편해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자사고 취소 권한을 교육감에게 넘겨줄 것도 요구했다. 교육감이 마음대로 학교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그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교육 정책 제안’의 내용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본뜬 조 교육감의 교육관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이 더 절실한데 거꾸로 획일적 평등화에 집착해서다. 자신의 두 아들이 모두 외고를 나왔는데도 수월성 학교가 필요없다는 듯 억지를 부리는 건 ‘내 자식만 귀하다’는 위선 아닌가. 조 교육감은 오는 28일 서울외고·경문고 등 5곳의 평가 결과를 발표할 때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 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안군)이 졸업한 하나고에 대한 감사다. 2014년 고2 때 여학생을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불러들여 퇴학 처분까지 받았던 안군은 아버지 탄원서 덕에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그리고 이듬해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했다. 하나고는 휴지가 없어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남학생을 퇴학시킬 정도로 규율이 엄격한 학교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이중 잣대가 적용됐단 말인가. 당시 재심을 주도한 교장과 학교선도위원회 회의록, 회의 참가자, 교사 추천서 등을 면밀히 조사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조 교육감은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태가 터졌을 때 지체 없이 청담고에 대한 감사를 했다. 출결 등 학생부 조작이 밝혀지자 “교육 농단이 부끄럽다”며 정씨의 졸업장을 박탈했다. 이번에도 그런 엄중함이 필요하다. 개별 학교 선도위원회의 결정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며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재심 과정이나 교사 추천서에 문제가 있었다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대입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가 걸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