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최고인민회의 11기 1차회의] 북한 권력핵심부 변화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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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일 평양에서 열릴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회의를 앞두고 북한의 당.정.군에 새로운 인사들이 속속 등장한 가운데 이 회의에서 총리 등 권력핵심부의 개편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출범에 즈음해 40~50대 전문관료들을 대거 발탁한 후 단계적으로 해온 당.정.군 실무진에 대한 인사 개편을 최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金위원장이 내세운 인사 원칙은 첫째, '해당분야에서의 전문지식 소유'라고 볼 수 있다. 2000년 12월 무역상에 전격 임명된 이광근(49)당시 종합설비수출입회사 사장을 비롯해 김완수 중앙은행 총재, 문일봉 재정상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들은 자본주의권 국가에서의 연수, 해외근무 경험 등이 풍부하고 무역 실무에 밝은 인사들이다.

다음달 3일 열릴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 회의에서 권력핵심부의 개편이 이뤄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앞줄 (右)에서 둘째)이 지난달 7일 측근들을 대동하고 자강도 강계시내 산업시설과 교육기관 등을 시찰하고 있다. 金위원장 왼쪽은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연형묵 자강도당 책임비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

대남사업 분야에서는 최승철(49)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과 남북 장관급 회담의 막후 실세로 주목받고 있는 권호웅(일명 권민.48)내각참사,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북측 대표단으로 활약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조현주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 등 그동안 대남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신진 인사들이 새로 발탁됐다.

둘째는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들 수 있다. 최근 요직에 발탁된 김일근 개성시 인민위원장, 이호연 남포시 인민위원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들은 90년대 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절에 남다른 투지를 발휘해 성과를 낸 인물들로 통상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은 연합기업소 당비서나 각 도당 조직비서 출신"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원도당 책임비서를 겸직한 것으로 알려진 김만수(54)강원도당 조직비서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서울에 온 한 탈북자는 "金조직비서는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 주민들과 고통을 함께 한다면서 칡뿌리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소박하고 배짱이 있어 주민들에게 신망을 받는 간부"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러한 인사 개편의 흐름이 유지된다면 이번 최고인민회의 11기 1차회의에서는 총리 등 권력 핵심부의 개편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교수는 "북한은 시기적으로 새 시대에 맞는 새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대폭은 아니더라도 일부 핵심 자리에 대한 개편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년 전인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선 총리 강성산(72)이 경질되고 후임에 현 총리인 홍성남(74)이 선임된 것을 비롯해 20여명의 상(장관)들이 교체된 전례가 있다.

이와 함께 북한 정권의 버팀목인 군부의 권력서열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지난달 단행된 장성급 인사에서 소위 북한군의 '정치 일꾼'들이 급부상한 반면, 이달 초 치러진 대의원 선거에서 차수(次帥.원수와 대장 사이)와 대장급인 전방 군단장과 기계화 군단장 등 주요 군부 인사들이 대거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명록(73)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 김영춘 총참모장(67)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70) 등 현재 군의 최고 실세들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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