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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아들 때문에 번진 ‘학종’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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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남윤서 기자 중앙일보
남윤서 사회1부 기자

남윤서 사회1부 기자

“퇴학까지 받을 뻔하고서 학생부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하는 게 공정한가요?”

“수시모집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건데, 정유라 사건보다 더 큰 문제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서울대 입학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 전 후보자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자체의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안 전 후보자 아들(20)은 2014년 하나고 재학 시절, 여학생을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불러들인 사실이 적발돼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 안 전 후보자가 학교에 탄원서를 보냈고, 이어 열린 재심에선 ‘특별교육 이수’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이후 안 후보자 아들은 학종으로 2016년 서울대에 합격했다.

이를 놓고 “학종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추천서 등으로 학생의 학업 능력과 인성을 판단하는 전형이다. 퇴학까지 거론된 안씨가 이 전형으로 합격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요즘 대입에선 학종이 ‘대세’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전체를 학종으로 뽑는다. 서울 소재 대학의 올 수시모집에서 학종 선발 비율은 56%에 달한다.

고교·대학은 학종을 지지한다. “학종 도입 이후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적극적”(고교 교사들), “학종 출신 입학생의 대학생활 적응도가 뛰어나다”(대학들)는 것이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학부모와 수험생 일부가 학종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씨 사례는 이런 거부감의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실제로 안씨의 학생부엔 ‘특별교육 이수’ 사실이 적혀 있지 않다. “학종은 고교 학생부에 대한 신뢰가 전제다. 이런 사례를 보면 학생부를 신뢰할 수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원래 학생부엔 징계 사실이 기록되지 않았다. 2011년 대구 중학생 권모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2012년부터 학교폭력 자치위원회의 징계를 기록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안씨처럼 학교폭력이 아닌 일탈에 대한 징계를 기록할 의무는 없다. 학부모와 학생 반발을 무릅쓰고 이를 적으려면 학교나 교사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특별교육 이수는 상당히 높은 수위의 징계지만 학생부에 기록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학생부 기록의 책임을 교사 개인의 양심이나 선택에만 맡겨선 곤란하다. 중요한 징계 사실 등 학생부에 꼭 기록해야 하는 것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부가 대입에서 중요해진 만큼 고교와 교육 당국, 대학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학생부의 신뢰도가 담보돼야 학종도 있다.

남윤서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