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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안경환 법무부 장관직에 동의하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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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75년 말 사귀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비록 40여 년 전 일로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사문서위조죄로 형사처벌을 받았어야 할 사안이다. 당시 상대 여성은 안 후보자와의 혼인을 주저하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안 후보자의 아들이 고교 재학 시절 여학생과의 불미스러운 일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가 안 후보자가 교장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편지 한 통을 보낸 이후 재심의를 거쳐 대폭 감경된 처분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해당 교장은 “편지를 받기는 했으나 재심의를 요청한 건 내 교육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당시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이던 안 후보자와 이 학교 학부모회 임원이던 부인 박숙련 순천대 교수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라면 다른 학부모들의 위화감·상실감 측면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안 후보자의 아들은 2014년 부적절한 이성 교제를 하다가 적발돼 학교 선도위원회에 회부됐다. 선도위는 퇴학 처분을 내렸다가 재심의 후 2주 특별교육, 1주 자숙 권고로 감경했다. 이에 교사들조차 의아해했다고 한다.

안 후보자는 2000년 발간한 저서에서 한·미 복수국적자인 이 아들을 향해 “너에게는 아메리카라는 또 하나의 조국이 있다”고 썼다. 국적을 관리해야 할 법무부 장관 자격이 없다는 질타를 받을 만하다.

가뜩이나 여성 비하적 표현, 음주운전, 논문 중복 게재 등의 전력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우리는 그의 법무부 장관직 임명에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법의 지배’를 관철해야 하는 자리라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민의 뜻”을 내세우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시사한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와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무시하면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