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또 미국 금리 인상 … 가계와 기업 서둘러 대처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의 범위를 기존 0.75~1%에서 1~1.25%로 올렸다. 이로써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1.25%)는 같게 됐다. Fed는 또 올해 추가 1회, 내년 중 3회 인상 기조를 유지했다. 올 하반기 추가 인상이 단행되면 한·미 간 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높아지게 된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도 가능 #충격 피하려면 부채 축소하고 #중소기업 자금 경색도 막아야

더구나 Fed가 연내 보유자산 축소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국발 금융긴축의 충격이 예고되고 있다. Fed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고 4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해 왔다.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2015년 12월부터 금융완화 축소에 나섰는데 이제 실업률도 4%대까지 떨어지면서 이르면 올 9월 보유자산도 줄이는 양적긴축(QT)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긴축의 방아쇠가 당겨지면서 이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조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와 일본은 여전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이 금융긴축의 수위를 계속 높이면 글로벌 금리가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면 미국으로 자금이 환류하는 ‘머니 무브’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와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소기업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 200조원에 불과하던 가계부채는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끊임없이 증가해 올 3월 1359조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급격한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악화와 금융권 부실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미 가계부채는 위험 수위에 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구당 이자 부담은 연 42만원 늘어난다. 더구나 올 하반기 23만 채를 비롯해 줄줄이 대기 중인 입주폭탄도 위험 요인이다.

이 같은 충격을 완화하려면 경제주체들은 철저한 부채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통화정책 완화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금리 인상의 깜빡이를 켰다. 오랜 저금리 기조가 가계부채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신호였다.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이 8월에 마련하라고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더 앞당겨야 한다.

조만간 나올 부동산 대책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다시 조일 필요가 있다.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면 지역별·대상별로 ‘맞춤형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 가계는 무리한 대출로 부동산을 샀다면 하루빨리 부채 다이어트에 나서 다가올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선제적인 구조조정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미리 옥석 가리기를 해야 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이 자금경색을 겪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