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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핵과 미사일 추가도발 중단하면 북과 조건없이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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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남북 대화와 관련해 “저는 무릎을 마주하고,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기존의 남북간의 합의를 이행해 나갈지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그리고 북ㆍ미 관계의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ㆍ15 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 #"무릎을 마주하고, 머리를 맞댈 의사" #“북ㆍ미 관계 정상화까지 포괄적 논의" #“김대중 전 대통령, 남북화해협력 새로운 장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ㆍ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9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던 모습.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9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던 모습. [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에서 “최근 북한이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남북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대로 노력할 것이다. 북한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은 남북간 합의의 이행의지를 보여주는 증표”라고 했다. 그런 뒤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실천한다면 적극 도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6ㆍ15 선언을 이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 서니, 김대중 대통령께서 짊어지셨던 역사의 무게가 깊게 느껴진다”며 “김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적으로 보여주셨다”고 했다. 이어 “남과 북의 평화통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시켜 주셨다”며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좋지 않았던 걸 거론한 뒤 “오늘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도발하고 있지만 결국 남북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분명히 기억한다”며 “김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속에서도 남북화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위기는 기회”라며 “미국을 비롯해 국제적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남과 북이 함께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의지와 지혜, 역량을 우리는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김 대통령께서 북한의 핵과 도발을 불용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이루어 냈듯이 우리도 새롭게 담대한 구상과 의지를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1972년 7ㆍ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ㆍ15 공동선언, 2007년 10ㆍ4 정상선언을 일일이 거론한 뒤 “남북 당국간의 이러한 합의들이 지켜졌더라면, 또 국회에서 비준되었더라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남북합의를 준수하고 법제화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권에서 추진한 남북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정부는 역대 정권의 남북 합의를 남북이 함께 되돌아가야할 원칙으로 대할 것이다. 또한 당면한 남북문제와 한반도문제 해결의 방법을 그간의 합의에서부터 찾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6ㆍ15 선언 합의 뒤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 내 평생 가장 길고 무겁고 보람 느낀 날”이라고 말한 걸 언급한 뒤에는 “남북의 온 겨레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역사, 남북의 온 겨레가 경제공동체를 이뤄 함께 잘사는 역사, 한강의 기적이 대동강의 기적을 일으켜 한반도의 기적이 되는 역사, 그 모든 역사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남북교류 활성화게 정부가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너무 오랫동안 닫히고 막혀 있었다. 남북이 오가는 길만 막힌 게 아니라 우리들 마음까지 닫혀있었는지도 모르겠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남북관계의 복원과 대화의 재개를 모색하겠다. 국민들 속에서 교류와 협력의 불씨가 살아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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