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미관…추리만 무성하다|KAL기사건 발생 5일째 밝혀진 것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KAL기사건은 발생 5일이 지나도록 테러범에 의한 폭발·추락이란 추리만 무성한채 추락지점이나 잔해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버마 해안지방의 수색작업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테러범으로 추정되고있는 「하치야·마유미」(봉곡진유미)란 일본인이름의 위조여권을 가진 여자는 의식을 완전히 회복했으나 묵비권을 행사해 범행여부조차 밝혀내지 못했고, 자살한 「하치야·신이치」(봉곡진일)란 이름의 위조여권을 가진 60대 남자는 진짜 이름·나이등 신원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인 「하치야·신이치」로부터 여권을 빌어 위조여권을 만든 것이 확실해진 일본 「니시아라이(서신정) 간첩사건」의 배후세력「미야모토·아키라」(궁본명)는 제주가 고향인「제주 4·3폭동」주동자로 확인됐으나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위조여권을 전달했는지, KAL기사건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일본·바레인 수사당국의 조사결과로는 등장한 인물들이 KAL기사건과 종적·횡적으로 직접 연결된 고리를 찾기가 어려워 생존한 「하치야·마유미」가 빨리 입을 열어야 모든 궁금증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치야·마유미」가 테러범이라 할지라도 점조직에 의한 하부 행동대원에 불과하다면 조직·배후 세력등의 전모는 밝혀지지 못한채 추정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용의자 정체=사고 KAL기에 탔다가 마지막 기착지인 아부다비에서 내려 바레인에서 검거된 남녀 2명의 정체는 북괴나 조총련의 공작원일 심증만 가능할 뿐 신원·범행동기·배후등 구체적인 관련사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가짜여권·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본명·위조여권 입수 경위등 기본수사조차 진전이 없는 실정.
일본경찰의 수사결과 「하치야·신이치」는 현재 일본에 살고있고 사진대조결과 자살한 60대남자는 수배중인 「미야모토」나 「고즈미·겐조」(소주건장·서신정사건의 주범)가 아닌 제3의 인물로 나타나 또 다른 공작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때 자살미수의 「하치야·마유미」는 84년 밀수죄로 우리나라에서 강제 추방된「야카베·마유미」(시가부진유미·30)로 알려졌으나 「야카베」는 현재 일본에 살고있는 다른 사람인 것으로 판명됐다.
또 「하치야·마유미」의 국적이 한국이란 실도 있으나 확인되지 않은 상태.
◇배후=「미야모토」가 사업친구인 「하치야·신이치」의 여권을 위조한 사실로 미루어 「미야모토」를 배후세력으로 추정하고 있을뿐 구체적 관련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또 여권위조를 도와준 일본인 「하치야·신이치」는 현재 일본경찰이 신병을 확보중이나 「미야모토」와의 정확한 관계나 공범 여부등은 캐내지 못했다.
◇행적=이들이 일본을 출발한 것은 11월14일이고 오스트리아에 도착한 것은 11월18일로 이 사이 4일간의 행적이 분명치 않아 북한을 다녀오는등 접선기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후 6일간(18∼23일)오스트리아 빈의 파크링 호텔에 머물렀으나 뚜렷한 행동이 나타나지 않아 역시 의문점. 빈은 이영욱의원의 아들 재환군이 납치된 곳이고 신상옥-홍은희 부부가 탈출하는등 북괴 공작원이 많은 도시여서 이곳에서 접선했을 수도 있다.
이밖에 유고의 베오그라드 메트러폴리턴 호텔에 6일간(23∼28일) 머물렀으며 유고가 공산국가란 점에서 북괴측과 접선이 용이했으리란 추측도 가능하다.
이들이 폭발 테러범이라면 폭발물을 유고에서 넘겨받았음이 틀림없다.
그것은 폭발물을 가지고 검문검색이 심한 여러 공항을 거쳤을리 없는데다 이들이 갖고 있는 위조여권에 베오그라드공항의 유고 입국스탬프는 찍혀 있으나 출국스탬프가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의 수사당국은 이것을 북한대사관이 개입, 이들을 외교관의 안내로 공항 귀빈실을 이용해 출국절차 없이 통과시켰거나 외교 행낭등에 숨겨 빼돌렸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