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갈수록 약해지는 예의 … 교육으로 전통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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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미 라샤드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새미 라샤드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한국에선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을 존중합니다. 식사할 때는 나이 많은 사람이 먼저 수저를 드신 다음에 어린 사람이 먹기 시작합니다. 술자리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마시는 것이 한국의 예절입니다. 예절은 매너와 에티켓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집트에서 한국말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교과서에서 이런 내용을 접하게 된다. 선생님들은 한국에 가면 한국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가르친다. 한국이 외국에 내세우는 가장 큰 자랑거리가 예의와 친절이다.

하지만 얼마 전 한국에 사는 여러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에서 ‘예의 없는 경우’를 겪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친구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사례가 아주머니·아저씨가 버스나 지하철을 먼저 타려고 사람들을 밀치는 행위였다. 앉을 자리가 부족해 목적지까지 계속 서서 갈까 봐 그러는 것 같은데 잠시 참고 양보하면 될 것을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제야 나도 직접 겪은 사례가 하나씩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힘겹게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데 그 앞에 태연히 앉아 있는 중·고등학생들, 버스를 타자마자 엄마 손을 놓고 빈자리로 달려가 먼저 앉는 소년, 복잡한 기차역 대합실에서 나중에 올 여자친구를 위해 빈자리에 음료수 잔을 올려놓는 청년 등등.

일부 친구는 한국인이 원래 예의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한국에선 인간 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도록 가르쳐 왔다고 한다. 한국 전통문화는 사람들에게 배려심·이해심·양보심·봉사심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고 알고 있다. 나보다 남을 더 배려하는 이런 예의 문화는 외국인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고 감탄하는 것이 이러한 전통 예의 문화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알면서도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예의에 대한 철학과 문화가 부족한 게 아니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모든 사회는 경제와 정치, 국제 상황의 영향을 받으면 변하게 마련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예의 문화가 점점 약해지는 것은 슬픈 일이다. 타인까지 배려하는 고유의 예의 문화를 계속 지켜 나가면 한국은 더욱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학교는 물론 가정이나 종교 공동체에서도 예의를 가르치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