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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으랏차차! 동네책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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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정호 기자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박정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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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주로 내는 중견 출판사 동아시아 한성봉 대표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오늘의 명언’이란 푸념 섞인 글을 올렸다. ‘출판사는 돈으로 종이 만드는 회사’라고 했다. 표현이 역설적이다. 이어 다음과 같이 썼다. ‘송인 부도 어음 돌아오는 것, 다 막았다! 1년 장사 헛했다(~~^^)’. 연초 부도난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의 짐에서 겨우 벗어났다는 하소연이다. 뒷맛이 씁쓸하다.

어디 특정 출판사뿐이랴. 동네책방 또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2015년 말 기준 국내 전체 서점(문구점 겸업 포함)은 2116개로 10년 전(3429개)에 비해 38%나 감소했다. 지식산업의 실핏줄인 서점의 위기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넘길 일도 아니다. 어디서부터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어제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7 서울국제도서전’(18일까지)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코너가 있다. ‘서점의 시대’ 이름 아래 요즘 주목받는 동네서점 20곳을 초청했다. 돈은 넉넉하지 않지만 빼어난 아이디어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서점, 소위 독립서점을 한데 모았다. 각기 다른 색깔로 무장한 프런티어 서점들이다. 일례로 충북 괴산에 있는 ‘숲속작은책방’.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간 부부가 가정집을 책방으로 꾸몄다.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북스테이(Bookstay)’ 프로그램도 있다. 백창화 대표는 “책방에 달아놓은 해먹이 특히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에는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등을 내놓았다.

경남 통영시 ‘봄날의 책방’은 동네 사랑방이다. 지역주민이 서로 책을 추천하고 함께 읽는 독서운동을 펼친다. 통영 예술가들과 독자들을 잇는 다리 역할도 한다. 시인 김춘수·유치환, 작곡가 윤이상 등을 돌아본 『통영을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소설가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을 출품했다.

고양이 전문서점 슈뢰딩거(서울 동숭동), 음악 전문서점 라이너노트(서울 연남동)는 또 어떤가. 3대째 내려오는 동아서점(강원도 속초시), 주인 없이 운영되는 무인서점(서울 연남동), 상담예약을 받아 책을 골라주는 사적인서점(서울 창전동) 등 십인십색, 천차만별이다. 잘 빚은 모자이크를 보는 것 같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최근 독립서점이 눈에 띄게 늘었다. 독자 취향이 다양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서점은 곧 새로운 책의 발견, 동네책방의 진화에서 우리의 내일을 본다.

박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