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사랑한다" 충성 경쟁 벌어진 트럼프 첫 각료회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가장 기이한 각료회의를 열었다”

취임 후 첫 전체 각료회의 # 자화자찬으로 회의 시작해 #"헌신에 감사" "인생의 영광" # 각료들 트럼프 극찬 이어져 #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첫 전체 각료회의에 대한 CNN의 평가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5개월여 만에 모든 장관을 모아놓고 가진 회의가 왜 이상했는지 조목조목 따졌다.

12일 취임 후 첫 전체 각료회의를 주재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12일 취임 후 첫 전체 각료회의를 주재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먼저 자화자찬이다. 그는 “우리는 매일 국가를 위해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 국가의 안전을 지키고 일자리를 되찾으며 미국을 우선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내가 대선 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구호로 내걸었는데 지금 우리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나보다 더 많은 법안을 만들고 많은 일을 한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고 자랑했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행정명령과 법안에 사인했지만,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대부분 의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며 팩트를 적시했다.

CNN이 지적한 더 기이한 점은 트럼프를 향한 참석자들의 충성 경쟁이다.
각료들은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인생 최고의 영광이다”(마이크 펜스 부통령), “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대통령의 헌신에 감사한다. 이 자리에 있게 되어 영광이다”(알렉산더 아코스타 노동 장관)라는 등의 상찬을 트럼프 앞에서 늘어놓았다. 미시시피주 출장 직후 회의에 참석한 소니 퍼듀 농업 장관은 “전달할 메시지가 있다”며 “미시시피 사람들은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참 잘했다” “고맙다”고 일일이 화답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각료에게 한 마디씩 하라고 했다”며 “트럼프가 ‘말하라(speak)’라고 한 것은 ‘자신의 성과를 칭찬하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또 “회의는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출연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를 떠오르게 했다”며 “(장관들의 모습은) 기회를 간절하게 원하는 TV쇼 출연자들이 트럼프를 극찬하는 모습과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대화 소재는 트럼프”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하고자 한다면 그를 칭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세계 역사상 가장 뛰어난 각료들이 참석한 위대한 회의”라며 회의 분위기를 비꼬는 트윗을 남겼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