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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5원칙, 장관별로 따로 적용? 야당선 “물타기”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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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정기획자문위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고위 공직자에 대한 ‘공직 배제 5대 원칙’(위장전입,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을 유형별로 세분화하고 직무에 따른 가중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공약 후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방안이 확정될 경우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 인사기준 세분화 추진 #의도성 따라 위장전입 등 등급화 #업무 관련된 원칙엔 가중치 두고 #부적격자 더 엄격히 거른다는 취지 #“문 대통령 공약 후퇴 아니냐” 지적

인사검증 태스크포스(TF)와 관련, 국정기획위 윤호중 기획분과위원장은 12일 통화에서 “TF 내부 토론은 마쳤고, 13일이나 14일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국정기획위의 개선안이) 국민들께 어떻게 수용될지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안 발표는 6월 말께 이뤄질 예정이라고 한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전날 ‘5대 원칙’과 관련, “고의성이 가미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이 세 가지에 대해서는 (임명 배제 요건으로) 엄격하게 적용을 해야 한다”면서도 위장전입과 논문 표절에 대해선 “우리 사회의 기준이 그동안 많이 달라져 누가 봐도 ‘그 정도라면 합리적이다’ 하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위장전입에 대해선 “그 시기(과거)엔 크게 문제가 안 돼 다들 그렇게 살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위법의 문제가 있는 것들이 생겨나 구체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정기획위와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사검증 TF는 ‘5대 원칙’은 일단 유지하되 유형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장전입의 경우 투기 목적인 경우 검증 단계에서 컷오프시키지만 시험 응시나 자녀의 진학 문제, 임대주택 입주 등 목적과 고의성 등에 따라 등급을 다르게 매기겠다는 것이다.

또 해당 비리 유형이 직무 수행과 연관이 있을 경우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가중치 도입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국방부 장관 후보자라면 병역 면탈,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라면 투기가 드러났을 경우 후보에서 배제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과거 청와대에서 인선 검증 작업에 참여했던 정치권 인사는 “가중치 기준이 변질될 경우 ‘국방부 장관은 병역만 면탈 안 하면 다 괜찮고, 국토부 장관은 투기만 안 하면 다 괜찮다’는 식으로 흐를 수 있다”며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연한 조건들에 대한 물타기에 불과하다”며 “청문회는 국회에서 하는 것인데 국정기획위가 기준을 그렇게 만든다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인사검증 기준을 세분화해 지수화해봤자 국회나 언론에서 문제 삼으면 아무 설득력이 없다”며 “오히려 국회에 대한 월권이나 상황 모면용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 “어떤 기준을 새로 만들더라도 본질은 문 대통령의 공약 후퇴·번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윤호중 위원장은 “공약 후퇴가 아니라 공약의 세부실천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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