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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 … 한은, 자본유출 올까 예의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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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과 재닛 옐런 Fed 의장(오른쪽)의 기자회견(14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12일 “경제상황이 개선되면 통화(완화)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과 재닛 옐런 Fed 의장(오른쪽)의 기자회견(14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12일 “경제상황이 개선되면 통화(완화)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가 호황을 이루고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기쁘게 올리겠다.”

미 연준, 오늘부터 이틀간 금리 논의 #6월 이후 두번 1.5%로 인상 유력 #이달 예상대로 미 금리 오르면 #한국과 기준금리 사실상 같아져 #가계빚 급증 같은 내부 요인 겹쳐 #한국도 갈수록 금리인상 압박 가중

최근 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통화정책 방향에 관해 묻자 이 같은 희망사항을 제시했다. 그만큼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복합적 이유가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먼저 자본 유출 우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고한 대로 올해 총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미시적인 수단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자본 유출이 일어난다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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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6월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1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99.6%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6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93.2%에 달했다. Fed가 금리를 올리면 올 들어 두 번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네 번째다. 예상대로 인상 결정이 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1.0~1.25%로 금리 상단이 한국의 기준금리(1.25%)와 같아진다.

전문가들은 6월에 이어 9월에도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가 1.25~1.50%로 한국(1.25%)보다 높아진다.

여기에다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관련 갈등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 원화가 약세를 띠게 되면서(환율 상승) 자칫 작은 금리 차이에도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김정식 교수는 “글로벌 자본 유출은 금리 차이와 환율에 따라 좌우된다”며 “지금은 환율의 방향이 위아래 모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은이 시장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줘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불안이다. 이미 가계부채는 올 3월 말 현재 1287조원에 달한다. 올 1분기에만 16조8000억원 늘었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153%를 넘어섰다.

빚이 늘어난 주요 원인은 부동산 관련 대출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 5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45%(전월 대비)에 달한다. 상승 폭은 3월 0.17%, 4월 0.28% 등 점점 커지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5월에 1만411건에 달했다. 3월(6676건)·4월(7802건) 등에 비해 과열 신호가 뚜렷하다.

가계부채가 너무 많으면 이자 갚는 데 급급해 소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내수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에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라도 하면 빚을 내 부동산을 산 사람은 물론이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도 위험에 처한다.

한은은 이런 리스크에 대비해 돈줄을 죄는 걸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2일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 안정 관련 주요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임명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이미 가계부채 증가세와 집값 급등에 저금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조정을 통해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 인상 같은 통화정책은 한은 몫이다.

향후 과제는 한은이 언제 어떤 강도로 돈줄을 죌 것인가다. 아직 경기가 살아났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한은은 경기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자본 유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 불안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한국금융학회장을 역임한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한은도 금리 조정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며 “다만 경기 회복세가 약한 데다 빚이 많은 취약계층도 있기 때문에 한은이 정밀하게 통화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김유경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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