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Dead woman walking).”
소폭 개각으로 수습 나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그러나 여야ㆍ내각 전방위로 사퇴 압박 #여론조사서 노동당이 보수당 지지율 추월까지
조지 오스본 영국 보수당 전 재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BBC에 출연해 사흘 전 총선에서 패배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소폭 개각을 발표하며 총선 패배 수습에 나선 메이 총리를 향해 ‘데드 우먼 워킹’이라고 표현하며 곧 물러날 사람이 개각을 단행한다는 투로 비아냥거린 것이다. 오스본 전 장관은 메이가 내년쯤 사퇴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집행일이 결정된) 사형수와도 같다”고 말했다.
오스본 전 장관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반대했다가 메이 총리 취임 후 경질된 인물이다. 주요 언론들은 오스본 전 장관의 묘사를 총선 패배로 흔들리고 있는 메이 총리의 현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ㆍCNN 등은 ‘데드 우먼 워킹’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조기 총선 자충수로 보수당 과반 의석을 잃게 한 메이 총리는 여야ㆍ내각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메이 총리의 최측근인 닉 티머시와 피오나 필 총리실 공동비서실장이 전날 사임했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더선데이타임스가 이날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 영국인 48%가 메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임은 38%에 그쳤다.
보수 성향 더선은 보수당 원로들이 메이 총리 6개월 뒤 교체에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장관 5명이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에게 접촉해 그가 총리직을 맡을 경우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존슨 장관의 한 측근은 “존슨 장관에게 충성을 약속하는 지지 메시지가 밀려들고 있다”며 “우리는 진보적 가치와 브렉시트에 대한 신임, 대중 호소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불편한 듯 존슨 장관은 트위터에 “나는 메이 총리를 지지한다.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글을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와중에 노동당이 보수당 지지율을 추월하는 결과도 나왔다.
이날 서베이션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은 지지율 45%를 기록해 보수당(39%)을 6%포인트 앞섰다. 이번 여론조사는 10일 성인 103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노동당은 8일 총선에서 득표율 40%로 보수당(42%)에 밀렸는데, 사흘 새 역전된 것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새 총선을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이 총리는 이날 개각과 함께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의 연정 협상 의지를 불태우며 난국을 정면 돌파할 태세다. 하지만 DUP와의 연정 협상은 향후 정국 향배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성소수자 차별, 낙태 반대, 사형제 부활 같은 DUP의 정책 기조에 거부감을 보이는 보수당 내 진보세력이 적지 않다. 자칫 DUP에 보수적 아젠다만 양보하고 발목을 잡힐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의 이번 개각이 보수당 내홍을 잠재울 수 있을 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데미언 그린 고용연금부 장관을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되는 등 일부 장관이 연쇄 이동했지만 브렉시트 협상 영국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과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앰버 러드 내무장관,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등 주요 장관은 자리를 지켰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