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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대한 애도 여전, 이렇게 끝인 걸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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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호 30면

3인조 모던락 밴드 ‘언니네 이발관’을 2005년 처음 알게 됐다. 홍대 인근을 어슬렁거리다 정말 우연히 이들의 공연을 봤다. 라이브 클럽 ‘드럭’이었는지, ‘쌈지스페이스 바람’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접한 밴드명은 웃겼고, 음악은 멜랑콜리했다. 들을수록 외로워졌다. 공연명도 ‘월요병 퇴치’ 어쩌구 했던 재기발랄한 제목이었다.

언니네 이발관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한국 최초의 기타팝”이라는 평가 속에, 언니네 이발관의 ‘영업’은 1996년부터 올해까지 23년째 이어졌다. 익히 알려진 대로,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이석원(46)이 고등학생 때 보았던 일본 성인영화의 이름을 본 따 지은 밴드 이름이다. 더 알려진 대로, 그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있지도 않은 밴드를 하고 있다고 ‘생구라’를 쳐서 얼결에 결성된 밴드였다. 그런 밴드가 데뷔 공연을 자작곡으로 모두 채우는 기록을 세웠다. 공연했던 클럽 ‘드럭’의 역사상 최초였다. 당시 클럽에선 카피 곡 연주가 일상이었다.

이번 6집은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이다. 결성은 급작스러웠지만, 이별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이석원은 2010년 6집 앨범 작업을 시작하면서 공공연히 마지막임을 밝혔다. 2008년 5집 ‘가장 보통의 사람들’로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올해의 음반, 최우수 모던록 음반, 최우수 모던록 노래)을 차지한 직후였다. 5집의 경우 별 홍보도 없이 냈는데 초도 물량 5000장이 모두 나갔다. 지금껏 대략 8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팬들은 “언니네 이발관의 6집을 기다리지만, 기다리지 않는다”며 역설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편집증에 가까운 이들의 작업 스타일을 알기에, 마지막이라는 말이 진짜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능룡(기타)

이능룡(기타)

이번 앨범에는 총 9곡이 수록됐다. 이석원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이번 앨범을 23년간 세상에 연재되어온 언니네 이발관이란 제목의 어떤 연재물로 보았는데, ‘나’라는 입장에서 사랑과 삶, 관계 등 일관된 테마에 천착해 온 화자가 마지막 곡 ‘혼자 추는 춤’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발 딛고 나아가는 모습을 끝으로 긴 연재를 끝내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밝혔다. 노랫말을 모두 만들다가 내쳐 산문집 『보통의 존재』『언제 들어도 좋은 말』과 장편소설 『실내인간』을 쓰기도 했던 그다운 표현이다.

언니네 이발관은 23년 동안 한결같이 자기 연민과 센티멘털리즘을 노래에 담다 ‘다들 여기 아닌 곳에 있고 싶어 /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곳에 / 끝까지 포기 않는 곳 / 누구도 포기 않는 곳(혼자 추는 춤)’을 희망하며 밴드 역사의 끝을 맺었다.

이석원(보컬, 기타)

이석원(보컬, 기타)

앨범의 서사적인 측면에서 그는 “개별적인 수록곡 보다 앨범으로써의 존재감이 더 컸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각각의 곡들이 개성을 갖는 앨범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 5집의 경우 10개의 수록곡을 순서대로 들을 것을 강조했었다. 한 권의 책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한 곡만 들으면 책의 중간부터 읽는 격이라는 이유에서다.

오랫동안 매만지고 매만진 까닭일까. 이번 앨범 역시 큰 틀의 서사구조를 갖고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 홀로 나아가겠다며 마침표를 찍지만, 곡 전반에 걸친 외로움에 대한 애도는 여전하다.

전대정(드럼)

전대정(드럼)

기나긴 곡 작업의 여정은 “굉장히 치열하고, 디테일하고, 켜켜이 덧대는 과정”(블루보이 최보윤 대표)이었다. 노래 ‘누구나 아는 비밀’의 피처링으로 가수 아이유를 섭외해놓고 1년 동안 기다리게 했을 정도다. 이석원은 “소리의 다채로움을 위해 방법적인 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했다”고 술회했다. 믹싱 엔지니어만 두 명을 두고서 앨범의 반씩 믹싱하게 하거나, 아날로그 릴 테이프나 디지털 방식으로 마스터링을 해서 곡에 따라 좋은 쪽을 선별했다고도 한다. 단순히 가수라는 말로는 부족한, 아티스트에 가까운 면모다.

그 지독한 디테일을 느끼기 위해 반복해 듣다 보니 결국 외로워졌다. 이렇게 끝인 걸까. 라이브 공연을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언니네 이발관 홈페이지 게시판에 빼곡히 쌓이고 있는 중이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블루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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