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카타르전, '손 쓸 방법'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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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손흥민이 28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시리아전이 진행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자 아쉬워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손흥민이 28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시리아전이 진행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자 아쉬워 하고 있다. [중앙포토]

 손흥민(토트넘)은 한국 축구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2016-2017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한 시즌 21골을 터뜨리면서 한국인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세우고 최고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준비하는 축구대표팀엔 손흥민을 잘 활용하는 게 가장 필요한 과제다.

'한 시즌 21골' 손흥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선 5경기 1골 #왼 측면에 한정된 전술 운영, 들쭉날쭉한 동료들 컨디션도 문제 #슈틸리케 감독의 지혜 필요, 카타르 상대 파괴력 극대화 전략 찾아야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축구대표팀에서 손흥민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를 치르면서 손흥민이 넣은 골은 지난해 10월 카타르와 3차전에서 터뜨린 1골이 전부다.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 카이마에서 열린 이라크와 친선경기에선 전반 45분동안 뛰면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전반 36분에 한 차례 슈팅을 기록했지만 경기 내내 상대의 밀집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고, 패스 미스도 잦았다. 손흥민이 막히면서 공격진의 움직임도 단조로웠고, 답답하기만 했다. 표정도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한국이 정상급 공격수 손흥민을 포함했지만 이라크 골키퍼 모하메드 가시니를 넘지 못하며 비겼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손흥민에 대해 비교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전술 운영 차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토트넘에서는 매일 훈련해 선수들 간의 연계가 자연스럽지만, A매치는 가끔 모여 2~3일 손발을 맞추고 결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 손흥민이 28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시리아 전이 진행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수비수를 앞두고 순간 돌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손흥민이 28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시리아 전이 진행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수비수를 앞두고 순간 돌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 때문일까. 슈틸리케 감독이 손흥민에게 부여한 역할은 한정적이었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움직이면서 스스로 공격 기회를 만드는 소속팀 토트넘과 달리 대표팀에선 주포지션인 왼쪽 측면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게끔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전술 운영을 간파하고 들어온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는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이 출전해도 공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면서 문제점을 인식하곤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방법은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과 함께 뛸 공격 자원들의 문제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토트넘에선 케인, 알리 등 세계적인 선수와 뛰고 있지만 대표팀에선 모든 시선이 손흥민에게 쏠려 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 외의 다른 공격 자원들이 살아나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에서 손흥민과 함께 뛴 오른 측면 공격수 이청용, 왼 측면 수비수 박주호는 소속팀에서 많이 뛰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에 별다른 시원스런 연계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한국과 시리아의 경기가 28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시작을 기다리고 있다./20170328/김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한국과 시리아의 경기가 28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시작을 기다리고 있다./20170328/김현동 기자

14일 카타르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JTBC 생중계)은 슈틸리케 감독이 '손흥민 활용법'을 명확히 제시해 확실한 승리를 거둬야 하는 경기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의 지혜가 필요하다. 손흥민을 굳이 왼 측면에서 뛰게 한다면 컨디션 좋은 공격 파트너들끼리 호흡을 맞추고, 부분 전술을 세밀하게 가다듬어 파괴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윙백·미드필더·중앙 공격수와의 연계 패스가 없다면 고립된 손흥민이 살아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런 플레이가 잘 되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손흥민을 톱으로 기용해 뒷공간으로 여유를 만들어 주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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