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강경화 구하기' 읍소작전…한국당 "간담회도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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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구하기’에 직접 나섰다. 야당이 인사청문회 이후 일제히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예고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해 “강 후보자가 외교부와 유엔 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외교의 새 지평을 열어가게 도와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달말 한ㆍ미 정상회담과 다음달 초 G20 정상회담 관련 정부와 청와대 간 회의를 열려고 하는데 이 일을 꿰차고 있어야 할 핵심 인사인 외교장관 없이 논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실로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청와대의 ‘읍소전략’은 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박 대변인은 “오늘 오전 회의에서 ‘이런 내용으로 발표해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고, 내 (브리핑) 발표에 문 대통령의 말이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외교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회군(回軍)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새 장관 후보자를 물색해 청문회를 거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가운데)이 9일 국회 부의장실을 방문한 전병헌 정무수석(왼쪽 둘째)과 인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가운데)이 9일 국회 부의장실을 방문한 전병헌 정무수석(왼쪽 둘째)과 인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한 호소와 함께 전병헌 정무수석이 오전부터 국회에서 야당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청했다.

전 수석은 야당 지도부를 만난뒤 “여야를 떠나 외교장관 없이 한ㆍ미 정상회담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특히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국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탁과 요청을 드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오는 12일 국회 시정연설 이후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오찬 간담회 등을 잇따라 열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이런 정국에서 대통령이 부른 오찬에 가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간담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독단과 독선의 국정운영을 고집하는 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들러리 서기는 어렵다”며 “김이수ㆍ강경화ㆍ김상조 후보자 등 부적격 인물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그것은 대통령 스스로 협치 파국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전병헌 정무수석과 대화를 마치고 대표실에서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전병헌 정무수석과 대화를 마치고 대표실에서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 스스로 세운 인사원칙에 벗어난 건 여당의 책임이 크다”며 “강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철회하고 역량이 준비된 인사를 조속히 발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는 14일까지 채택돼야 한다. 이때까지 국회가 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그로부터 열흘 이내에 날짜를 정해 보고서 송부를 재차 요청할 수 있다.

 만약 국회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현재로선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지금은 대통령의 임명 강행 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읍소전략이나 오찬 제안 등이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명분축적 수순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태화ㆍ안효성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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