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교복 대물림… 부산 중앙여고 졸업생들 한해 100벌 학교에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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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부산 중앙여고 2학년 학생들이 신입생들에게 물려줄 선배들의 교복을 정돈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들이 교복값 인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한 여고에서 7년째 교복 대물림을 해 화제다.

동래구 명륜동에 있는 중앙여고는 2000년부터 졸업생들이 자신들이 입던 교복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있다. 한 해 100여 벌의 헌 교복이 학교 측에 기증된다.

이 학교 김정식 교장은 "멀쩡한 교복을 그냥 버리는 것보다 재활용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 희망자에 한해 '교복 물려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졸업생들이 기증한 교복 중 비교적 깔끔한 옷을 골라 학교 상담실에 보관해 놓고 학생들에게 상.하의 1000원씩, 블라우스 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요즘 웬만한 교복 한 벌이 22만~24만원인데 비해 2500원이면 교복 한 벌을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재학생들은 교복이 해지거나 여벌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상담실에서 교복을 살 수 있다. 학교는 헌 교복 판 돈을 장학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교복 관리를 맡고 있는 이영미 교사는"한 해 100여 명의 재학생이 선배들이 맡기고 간 헌 교복을 사 입는다"며 "졸업식 직후엔 좋은 교복을 고르기 위해 학생들 간에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혜진(2년)양은 "지난해 헌 치마와 블라우스 한 벌씩을 사 입은 적이 있다"며 "나도 교복을 깨끗하게 입어 졸업 때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20일 졸업하는 이근혜양은 "내가 물려준 헌 교복이 후배들의 부담도 덜고 장학금으로 사용돼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하 학사모)은 13일 서울.부산.대전에서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 교복업체 3개사를 상대로 교복 원가 공개, 가격 인하 등을 촉구했다.

학사모는 연간 3000억원 규모인 교복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S사.I사.E사 등 3대 교복사가 암묵적으로 담합해 군소업체들이 7만~8만원에 공급하는 학생용 교복(춘추복 기준)을 20만~30만원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학사모는 교복업체들의 반응을 지켜본 뒤 불매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김관종.신준봉 기자 <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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