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예산에 중범죄자 법률 지원 포함시켜 논란

미주중앙

입력

추방 사유 해당 170여 개 중범죄 불체자도 혜택
드블라지오 시장 입장과 상반…거부권 행사 촉각

시의회, 무료 법률 서비스 예산 2600만불 배정
'수혜 대상은 소득 수준이 유일 기준' 문구 삽입

뉴욕시의 이민자 무료 법률 지원 서비스가 불법체류자 추방 사유에 해당되는 170여 개 중범죄를 저지른 이민자에게도 제공될 전망이다.

시의회는 6일 이민자 무료 법률 지원 서비스 예산 2600만 달러가 포함된 852억 달러 규모의 2017~2018회계연도 예산안을 승인했다. 이 예산안에 ‘무료 법률 지원 서비스 수혜 대상은 소득 수준을 유일한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문구가 이례적으로 삽입되면서 범죄의 종류를 기준으로 서비스 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중범죄를 저지른 이민자에게는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빌 드블라지오 시장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시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은 시장의 서명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오는 7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예산안 시행에 제동이 걸린다. 시장에게 서명 권한은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거부권은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드블라지오 시장 측은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시장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반이민 정치인으로 잘 알려진 스태튼아일랜드의 니콜 말리오타키스(공화·64선거구) 주하원의원은 “드블라지오 시장의 반대 입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멜리사 마크-비베리토 시의장이 막판에 기습적으로 해당 문구를 넣었다”며 “시의장을 설득할 수 없다면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이 낸 세금을 중범죄자 변호에 사용한다는 것은 그들이 사회로 되돌아가 똑같은 범죄를 재차 저지르도록 독려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데일리뉴스는 7일 드블라지오 시장실 대변인에게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인지 또는 시의회의 규정에 상관없이 예산을 집행할지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대변인은 지난주 시의회와의 예산안 합의 당시와 같은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드블라지오 시장 측은 지난주 시의회와 예산안 합의를 도출한 후 "시 예산 집행 과정을 (시장이) 통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드블라지오 시정부가 시의회의 명문 규정을 무시한 채 예산을 집행할 경우 시의회와 정부 간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민자 법률 지원 서비스 예산의 집행이 동결돼 그 간접 피해가 이민자 커뮤니티에 미치게 된다. 드블라지오 시장이 어떠한 행동을 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편 뉴욕시에서 불체자 추방 사유가 되는 범죄는 살인과 성폭행, 마약이나 총기 밀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아동 포르노 소지 등을 포함하는 총 170개 중범죄로 규정돼 있다. 시당국은 이 같은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 불체자 명단을 연방 이민당국에 넘길 수 있다. 현재 이 리스트에 강제추행, 중절도, 음주운전 등은 빠져 있다.

최수진 기자 choi.soojin1@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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