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여건 속 '돌풍'…로버트 안 "잘 싸웠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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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잘 싸웠다.

캘리포니아 연방하원 34지구는 유권자의 49%가 라틴계, 아시안은 약 20%다.

처음부터 로버트 안 후보의 고전이 예상됐던 지역구다. 주류언론에서는 로버트 안 후보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예비선거 당시 24명 후보군 가운데 10명을 초청한 토론회에 안 후보는 초청장도 못 받았다.

안 후보 당선 가능성을 '제로'로 봤던 것이다.

한인 유권자들이 우편투표에 대거 참여하면서 주류언론에서 안 후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뒤 한국어 선거안내책자에 안 후보의 기호가 29번이 아닌 30번으로 잘못 표기되는 논란이 일어났다. 예비선거를 앞두고 안 후보는 "만약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안내책자 때문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 고생을 했다.

본선에 들어서자 안 후보는 곧바로 수세에 몰렸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카말라 해리스 연방상원의원, 이 지역구의 전직 의원이었던 하비에르 베세라 가주 검찰총장, 에릭 가세티 LA시장 등 캘리포니아의 정치거물들이 총집합하며 지미 고메즈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예비선거 낙선 후보들도 줄줄이 고메즈를 지지했고, 심지어 버니 샌더스 지지파까지 고메즈와 손 잡았다.

안 후보는 한인표 외에 믿을만한 표밭이 없었다.

아웃사이더 후보는 유권자들과 최대한 많이 접촉해야 하는데 선거운동 기간이 6개월로 촉박했던 것도 안 후보에게 불리한 요소였다.

안 후보는 7일 열린 캠페인 마무리 회견에서 "폭동과 선거구 재조정 때 한인사회가 짓밟혔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낙선했지만 분명히 의미있는 선거였다.

우편투표 및 조기투표 참여로 보여준 한인들의 결집력은 향후 한인 정치인 배출의 청신호가 됐다.

스티브 강 전 한미연합회 사무국장은 "한인 투표율이 50%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인표를 이 정도 받았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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