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에 협력하겠다는 아베, 반색한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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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31일 중국 양제츠 국무위원(왼쪽)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를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중국 양제츠 국무위원(왼쪽)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를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영토 문제와 역사문제로 앙앙불락(怏怏不樂)이던 중·일 관계가 회복 수순을 밟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중국은 외교부 환영 논평을 내며 화답했다.

한국과 거리 두고 일본과 해빙 무드 #말 나오자마자 외교부 환영 논평 #반일 환구시보도 “관계개선 신호” #동북아 정세 새판짜기 전략인 듯

두 나라 정상은 다음달 초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할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로 한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은 중·일 관계 개선을 통해 동북아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일간 환구시보는 7일 1면 머리기사와 사설로 일본에 호의적인 논조로 보도했다. 평소 이 신문이 보여온 반일 강경 성향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발언은 중·일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신호로 보인다”며 “이런 변화는 가치가 있으며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사가 주최한 ‘아시아의 미래’ 만찬 연설에서 “일대일로의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3년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주창한 이래 일본 총리가 참여 의사를 보인 첫 발언이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나아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일본이 참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즉각 아베 총리의 발언을 환영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대일로 구상은 중·일 양국 공동 발전의 플랫폼이자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양국간에 긴밀히 조율된 수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달 16일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차 방중한 길에 시진핑 주석과 면담하며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친서에서 “적절한 시기에 중국 고위 지도자의 일본 방문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 친서를 열어본 시 주석은 “양국 관계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며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시 주석의 방일이 성사되면 중국 최고지도자로선 8년 만에 일본 땅을 밟는 것이 된다. 이 같은 흐름은 지역 정세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한·중 밀착을 통해 미국·일본 동맹이 주도하던 대(對)중국 포위망을 무력화하고자 했다.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은 2015년을 전후해 대일 역사전쟁을 펼치며 박근혜 정부와 공조를 취해 온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중국은 한국과 거리를 두며 일본과의 관계 복원을 통해 지역 정세의 판을 새로이 짜며 자국의 영향력 유지와 전략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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