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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맹주 이란 심장부 테러 … IS, 의사당 등 연쇄 총격·자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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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7일 총격 테러가 벌어진 이란 테헤란 의회에서 경찰들이 총을 들고 달려가고 있다. 이날 테러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 총격 테러가 벌어진 이란 테헤란 의회에서 경찰들이 총을 들고 달려가고 있다. 이날 테러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7일(현지시간) ‘시아파 맹주’ 이란을 테러했다.

괴한 4명 건물안 난입 소총 난사 #호메이니 묘역선 폭탄조끼 ‘쾅’ #최소 12명 사망, 40여 명 부상 #이슬람 종파 갈등 최악 치달아

이날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 의회의사당과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서 총격·자살폭탄 연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IS는 테러 발생 3시간여 만에 배후를 자처했다. IS와 연계된 아마크통신은 “IS 전사들이 테헤란 의회와 호메이니 무덤을 공격했다. 호메이니 무덤에서 순교를 바라는 전사 두 명이 폭탄조끼를 터트렸다”고 밝혔다. IS가 이란에서 테러를 벌인 것은 처음이라고 CNN은 전했다.

테러는 오전 10시15분께 무장 괴한 4명이 테헤란 의회의사당에 침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여장을 하고 의사당 내부로 진입했다. 괴한 한 명은 경비원들과 총격전 도중 사살됐고, 괴한 3명은 의사당 북문으로 침입해 4시간가량 인질극을 벌인 끝에 사살됐다. 의회 관계자는 괴한 한 명은 권총을, 두 명은 AK-47 소총을 들고 무차별로 난사했다고 말했다.

30분 뒤엔 의회에서 25㎞가량 떨어진 테헤란 남부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 무장괴한 2명이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괴한 한 명은 사살됐고, 다른 괴한은 자살폭탄 조끼를 터트려 자살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참배객 등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만 의회와 영묘 각 사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IS가 테러를 벌인 의회와 이맘 호메이니 영묘는 정치·종교적으로 상징성이 큰 곳이다. 특히 이맘 호메이니 영묘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로서 ‘국부’로 칭송되는 아야톨라 루홀레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의 시신이 안치된 성지다.

이맘 호메이니 영묘를 공격함으로써 중동 종파 간 화약고를 건드린 셈이다. 이번 테러로 수니·시아파가 최고조의 위기로 치달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2006년 2월 IS 전신인 알카에다이라크지부(AQI)가 이라크 시아파 성지 알아스카리 사원을 폭파한 이후 수니·시아파 종파 간에는 내전에 버금가는 유혈 보복사태가 잇따른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테러는 카타르 단교 사태 직후 벌어졌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아랍권 7개국은 카타르와 전격 단교했다. 카타르가 이란을 지지하고, 친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란은 사우디가 IS, 알카에다 등 수니파 테러조직을 후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IS가 세력 규합을 위해 종파 갈등을 노리고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이라크·시리아에서 급격히 세력이 위축되면서 수니파 세력 규합을 위해 시아파 심장부 이란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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