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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입양아 출신 의사, 프랑스 하원의원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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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83년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서울의 한 골목에 버려졌던 아기가 프랑스에서 자라나 정계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조아킴 송 포르제 1차 투표 65%

스위스 로잔에 사는 조아킴 송 포르제(34)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4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창당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스위스-리히텐슈타인 지역구 후보로 나와 64.9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투표율이 25%를 넘지않아 18일 결선투표를 하게 됐지만, 2위 후보(15.93%)에 크게 앞서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프랑스 하원의원에 당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스위스-리히텐슈타인 지역구는 11석의 하원의석이 배정된 해외 선거구 중 하나다.

해외 선거구 제도는 프랑스 재외국민이 자신들의 뜻을 대변해줄 수 있는 대표를 뽑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10년 도입됐다. 스위스 일간지 르탕에 따르면, 포르제 후보는 현재 스위스 로잔대학병원에서 신경방사선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서울의 한 골목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그가 입고 있던 옷에는 생일(4월 15일)이 적힌 쪽지만 들어 있었다. 아기는 경찰서에서 그날 밤을 보낸 뒤 보육원으로 보내졌고, 결국 프랑스로 입양됐다.

포르제 후보는 어렸을 때 랑그르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았는데,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한 그는 과학과 음악에서 재능을 보였다. 그리고 일본 전통무술 가라테를 배우면서 인체와 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8년 의학 공부를 위해 스위스로 떠난 그는 지난해 4월 한 행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을 처음 만났다. 그 자리에서 마크롱은 포르제에게 스위스에서 자신을 위해 뛰어달라고 부탁했다. 사실상 총선 출마를 요청한 것이다. 그는 르탕과의 인터뷰에서 “자유와 해방, 평등한 기회를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해왔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포르제 후보는 음악에도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 제네바의 대공연장인 빅토리아홀에서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를 단독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공연 때 사용하는 그의 붉은 색 인장에는 ‘손재덕’이라는 한글이름이 새겨져 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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