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전 美 재무장관 "트럼프가 미국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한때는 이성적(理性的)이었지만 지금은 더이상 이성적이지 않은(post-rational)' 대통령과 사상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미국 기업가들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주문했다.

우리 모두는 사상 처음으로 #이성적이지 않은(post-rational) #미국 대통령과 마주할 수도

서머스는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미국 기업가들은 트럼프보다 미국에 더 많은 것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Business needs to show there is more to the US than Donald Trump)'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중앙포토]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중앙포토]

서머스가 비판한 것은 지난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마이 웨이' 행보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전통적인 집단안보 의지를 명확히 하지 않은 데다, 1일에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서머스는 "지난 75년 동안 유지해 온 평화·번영·안정으로부터 미국과 세계가 멀어지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파리협약 탈퇴에 대해선 "이라크 전쟁 이후 가장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아마 (그 영향은) 훨씬 더 장기적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머스는 "세계는 트럼프의 언행이 미국의 돌이킬 수 없는 전환을 의미하는지, 일시적인 일탈인지 주목할 것"이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CEO를 언급했다. 이들은 최근 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 결정을 비판하며 대통령 자문단을 떠났다. 서머스는 "더 많은 사람이 이들을 따라야 한다. 미국 사회의 지도층은 트럼프의 행보에 반대한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머스는 의회의 견제 기능도 언급했다. 그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단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의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사회의 더 많은 지도층이 국제사회의 공통목표와 이성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을 표할 때 (트럼프로 인한) 손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했던 서머스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