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숨고르기 나선 민주당... "청와대 조사결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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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위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드 은폐보고 진상규명과 조속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위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드 은폐보고 진상규명과 조속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보고 누락’ 논란의 조사를 위해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주춤하고 있다.
당초 해당 사건을 '중대한 하극상,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며 "사드 배치 즉각 중단"까지 외쳤다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4일 "(당내)사드특위가 조사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원내에서 ‘사드 청문회’ 개최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현 대변인도 "특위 차원에서 청문회 개최를 촉구한 것"이라며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2일 “지금 청와대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사드 보고 누락’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충격적’이라고 말하자 민주당 사드 특별대책위원회는 1일 회의를 열어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사드 관련 사실을 ‘은폐보고’한 것은 중대한 하극상이요, 국기 문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졸속 사드 배치는 즉각 중단돼야 하고, 국회 청문회를 열어 사드 배치 결정 경위, 불법적 부지공여, 탈법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비용분담 이면 합의 의혹 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의 기류는 하룻만에 바뀌었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2일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사드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청문회 개최를 주장했던 사드 특위도 이후 움직임이 없었다.

이런 민주당 내부 기류에 대해선 당 관계자는 "사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경우 한미정상회담은 물론, 대미ㆍ대중 외교 등 청와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자체 판단을 내린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실제로 딕 더빈 미 상원 원내총무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뒤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를 원치 않으면 우리는 9억2300만 달러(약 1조300억원, 사드 배치 및 운용 비용)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밝힌 뒤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안보 자해행위를 넘어 문 대통령의 두려운 안보관이 현실화 되는 것”(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효과적 대응책 없이 사드 보고 누락 문제를 키우는 것은 한ㆍ미 동맹 약화로 이어질 것”(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이란 야당의 주장이 국민들 사이에 전파되는 걸 우려하는 민주당내 기류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은 일단 청와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당과 청와대가 엇박자 나는 것처럼 비추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당초 사드 청문회 개최를 주장했던 사드 특위 김영호 의원도 4일 “보고누락은 반드시 짚어야 하는 문제지만,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쟁점화가 되는 건 피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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