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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기각' 정유라, 철부지 행동은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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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원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가운데 그의 철부지 같은 행보가 전략적이었다는 법조계의 해석이 나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대·청담고 비리 등과 관련해 업무방해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3일 기각했다.

구속 여부를 심사한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 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정씨는 덴마크 현지 언론 인터뷰와 범죄인인도 청구 거부 소송 과정에서 승마 특혜 지원 등 여러 의혹과 관련해 어머니 최씨가 모든 일을 처리했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으로 일관한 바 있다.

또 지난달 31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에도 "제가 모든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는 사실이 별로 없다"며 '어머니가 시켜서 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정씨는 이름마저도 "어머니가 개명할 거다"라고 말해 이름이 유라로 바뀐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미용용 서클렌즈를 낀 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웃기도 하고, 검찰로 향하는 버스에서 다리를 꼰 채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서울남부구치소에 들어가면서 웃음기 띤 얼굴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이런 모습에 검찰 관계자는 "철부지 행세를 하는 듯한데, 자연스럽게 하는 말이 아니라 예행연습을 한 티가 팍팍 났다"고 평가했다.

한 부장판사 역시 "엄마 탓으로 돌린다기보다는 업무방해 등 자신의 혐의에 대해 '공범으로 엮일 만큼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를 밝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정 쟁점을 고려한 고도의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20대 여성'의 모습을 드러낸다"며 "최대한 구속은 피해보겠다는 전략으로, 이미 최씨와도 입을 맞춘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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