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차장 모두 국정원 출신 … 정치색 빼고 내부 개혁 강력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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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정원이 1일 서훈 국정원장 취임식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 내 부처·기관·단체·언론 출입 담당관은 이날부로 모두 전면 폐지됐다”고 밝혔다. 서 원장이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상 ‘IO(Intelligence Officer)’로 불리는 국내정보담당관 제도의 폐지 입장을 밝힌 뒤 취임식에서 곧바로 이를 지시한 결과다.

각각 미국·정보·대북 전문가 #서훈 원장 “새 시대 적응 못하면 도태” #문 대통령 “개혁은 아픔 수반하는 것”

국정원은 “정치 개입 단절과 개혁 실현을 위한 획기적이고 단호한 조치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정원 직원의 국가기관, 정당, 언론사 등에 대한 상시출입은 2014년 1월 ‘국가정보원법’이 개정되면서 이미 금지됐다. 그러나 상시출입은 금지됐지만 기관별 담당자들은 남아 있었다. 이번엔 그 자리 자체를 없앤 것이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 전면 폐지’라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신임 서 원장의 첫 번째 조치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 1·2·3차장에 모두 국정원 출신을 임명했다. 이 역시 국정원의 정치색을 빼겠다는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

서동구(62) 1차장은 국정원 해외정보파트에서 이력을 쌓았다. 주토론토 영사, 주시카고 영사, 주유엔공사, 주미국공사 등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주파키스탄 대사로 일해왔다. 국정원 내에선 미국통으로 꼽힌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이스라엘의 첩보기관인 ‘모사드’에 관한 책 『기드온의 스파이』를 공동 번역하기도 했다.

국내정보를 비롯한 방첩과 대공수사 등을 담당해온 2차장엔 김준환(55) 전 국정원 지부장이 임명됐다. 그는 행시 출신으로 정보 분석 분야에서 주로 일했던 인물이다. 이번에 국내파트에 대한 개혁을 주도하는 임무를 맡게 될 전망이다.

김상균(55) 3차장의 발탁은 특히 파격인사로 꼽힌다. 그는 2013년 3급으로 국정원을 떠났다가 차관급인 차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신임 서 원장과 사수·부사수 관계로 호흡을 맞춰온 그는 국정원 내에서도 대북통으로 꼽힌다. 대북전략부서의 처장을 지낸 그에 대해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만들어진 남북 간의 거의 모든 합의서 문구가 김 차장의 손을 거쳤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서 원장 방북 시 수행한 적이 많아 북한 노동당 인사들과도 인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앞으로 국정원의 기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3차장이 노무현 정부 때처럼 대북 업무를 총괄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직제에서 3차장은 과학기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서 원장은 취임식에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될 것”이라며 “규정과 질서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응분의 조치를 받는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개혁 방안을 주도할 ‘국정원 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이날 국정원에 ‘개혁통(痛)’을 요구했다. 서 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문 대통령은 “개혁이라는 게 조금 아픔을 수반하는 것”이라며 “그런 역할을 국정원 출신으로서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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