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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줄이고 매장 축소 … 두타 면세점 우울한 첫 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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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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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를 줄여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지난해 5월 두타 면세점에 몰린 중국인 관광객들. [중앙포토]

개점 1년을 맞은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두타 면세점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영업시간을 줄인데 이어 매장 규모도 축소했다.

사드 보복에 명품 유치 실패 겹쳐 #70개 브랜드 철수 층마다 빈 매장 #두산 “사드 보복 전으로 매출 회복”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지 1년 반 만이다. 서울 동대문구 두타면세점이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1일 재개점했다.

9개 층이었던 규모가 7개 층으로 줄었다. 로비로 사용했던 1층엔 라인 프렌즈, 쌤소나이트 같은 매장을 들였고 고층부 2개 층은 비워뒀다. 800여 개 브랜드 중 70여 개 브랜드가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브랜드는 주로 선글라스·화장품 등이다.

그간 두타 면세점은 층마다 드문드문 빈 매장이 있었다. 특히 3~4층은 비어있는 매장이 적잖았다. 명품 브랜드를 위해 비워뒀지만, 유치가 쉽지 않자 정리에 나선 것이다.

두타 면세점이 매장 규모를 20% 이상 축소하자 업계에선 “매각을 추진 중인 동화면세점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일부의 전망도 나온다.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은 1979년 문을 연 후 루이뷔통·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며 국내 대표 면세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실적이 악화하자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철수했고, 올 초 영업 시간을 1시간 줄였지만 결국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두타 면세점은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던 영업시간을 3시간 줄였다. 심야 상권인 동대문을 찾는 유동 인구를 흡수하기 위해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오전 0시까지로 2시간 줄였고, 올 3월엔 오후 11시로 폐점 시간을 당겼다.

두타 면세점이 흔들리는 데는 ‘면세점의 꽃’으로 불리는 명품 브랜드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매장 규모나 인테리어 등을 굉장히 까다롭게 따지는데 층별 면적이 1650㎡(약 500평)도 되지 않는 데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부족한 유통 관련 경험도 이유로 꼽힌다. 대부분의 면세점 사업자가 백화점이나 호텔 등을 주력 사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통 관련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두타 면세점의 매출은 1100억원으로, 목표 매출액(5000억원)의 20%선에 불과했다. 반면 함께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딴 HDC신라 면세점은 올 1분기 흑자 전환했고, 신세계 면세점은 올 1분기에만 18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2년새 시내 면세점은 6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났다. 반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면세점 매출의 70~80%를 올려주던 중국인 관광객은 줄었다.

두타 면세점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젊은 층을 공략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면세점이 있는 두타몰 지하에 면요리 전문점을 모은 맛집 푸드코트인 ‘면면’을 열어 유동 인구를 끌어 들이고 캐릭터 매장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배형식 두타면세점 홍보팀장은 “층마다 빈 매장이 있어 보기도 좋지 않았고, 고객 동선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며 “사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연초의 매출(하루 11억원)을 거의 회복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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