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근혜, 본격 '법정 반박'…"재단 설립 지시한 명시적 증언 없어"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상대로 본격 법정 반격에 나섰다.

검찰·특검팀 서증조사 내용에 반대 의견진술 #"안종범 수첩에도 재단 설립 지시 내용 없어" #"최순실, 정호성에 문건 받는 것 힘들다고 진술" #법조인들, "정유라 답변은 잘 준비된 대본"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그동안 검찰과 특검팀이 진행한 서류 증거조사 내용을 반박했다. 변호인들은 서류 증거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 중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내용을 부각시켰다.

변호인단은 먼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당시 재단 설립 회의 등을 맡았던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의 진술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이 설립 지시를 내린 것은 맞지만, 대통령 지시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며 “그것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만들되, 청와대가 행정적인 부분을 도와주라는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재단 설립을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기위해 1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기위해 1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정 농단의 사초’로 불리며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로 지목됐던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도 혐의를 부인하는 근거로 들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수첩에 자세히 기록했다. 유 변호사는 “안 전 수석이 최 전 비서관에게 재단 설립을 지시한 날에 적힌 업무수첩에는 재단 관련 내용이 없다”며 “이는 명시적인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해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정호성 전 비서관의 공판 조서를 제시했다. 유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이 ‘최씨도 자기 생활이 있어 문건 보내는 걸 힘들어 했다’고 진술했는데 대통령이 보낸 거라면 저렇게 말하는 게 상식에 맞는 건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의 반대의견에 대해 검찰과 특검팀은 “서증조사 중에 여러 증언들이 제시됐는데, 증언 내용을 지엽적으로 파악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달 중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매주 4회씩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접견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는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 “구치소에 협조 공문을 보내 일과시간 외에도 변호인 접견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고 했다”고 설명했다.

◇법조인들, “정유라 답변은 잘 준비된 대본”=지난달 31일 덴마크에서 귀국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검찰청사로 이송되기 직전 기자들을 만나 했던 답변을 두고 “잘 준비된 대본에 따른 것 같다”는 법조계의 분석이 나온다.

정씨는 삼성의 승마지원과 이화여대 입시 특혜 등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내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어머니에게 들은 게 있다” “어머니가 (면접장에) 메달을 들고 가라고 했다”며 ‘엄마가 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과거 ‘돈도 실력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에 대해선 “어린 마음에 썼던 거 같은데 정말 죄송하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지난 5월 31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유라씨.[중앙포토]

지난 5월 31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유라씨.[중앙포토]

이에 대해 부장판사 출신 신일수 변호사는 “법조인이 미리 조언을 해 준 것 같다. 도덕적 비난 사안(SNS 글 등)은 사실을 인정한 반면, 형사처벌과 연결된 부분은 ‘모르쇠’로 잘 피해나갔다”고 말했다. 최진녕 전 대한변협 대변인은 ‘이대에서 내 전공도 뭔지도 모른다’‘승마 지원도 6명 중 한 명으로만 어머니에게 들었다’는 답변을 예로 들며 “‘이대의 업무를 방해할 고의성이 없었다’ ‘삼성 특혜 지원도 자신은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자체를 잘 몰랐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씨가 연루된 혐의는 모두 ‘고의성’이 있어야 성립하는 죄다. 손동권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이대 비리든 뇌물죄든 정씨가 공범이 되려면 알고 가담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검찰이 정씨의 고의성과 불법행위 정황을 인식했는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씨를 수사 중인 검찰수사본부는 이날 늦은 밤이나 이튿날 새벽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현일훈·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