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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줄어드는데 … 교사 1만5900명 더 뽑겠다는 교육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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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22년까지 교사 1만5900명을 늘리는 대규모 증원계획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대폭 줄여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이지만 갑작스러운 증원 탓에 재정 부담만 커질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인구절벽’으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증원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일자리 공약 맞춰 급조한 모양새 #고교학점제·1교실2교사제도 염두 #연간 예산 1050억 추가로 들 듯 #한번 뽑으면 감원 못해 재정 부담 #“정교한 수요 예측 따른 로드맵 필요”

3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업무보고에서 올 연말까지 교원 3000명을 추가 임용하고 내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초등학교 6300명, 중·고교 66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3년간(2013~2016년) 1669명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증원 규모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 등과 논의해 구체적인 증원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교원 1인당 연봉을 3500만원으로 계산하면 올해 3000명 추가 임용에 드는 예산은 연간 10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당초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던 올해 임용시험 사전예고를 갑자기 연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전예고엔 과목별 배정인원 등 구체적인 임용계획이 담긴다. 교육부 관계자는 “3000명 증원 방침을 반영해 구체적인 임용계획을 수립한 후 6월 중순께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원 증원 방침은 교사 수를 대폭 늘려 고교학점제·1교실2교사제 등 다양한 교육방식을 시행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고 문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에도 일조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교육계의 해석이다.

현재 초등 교사당 학생 수 16.9명으로 양호

일단 학교 현장에서도 이 같은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교사들의 근무여건은 아직 열악하다”며 “학생 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해서도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교사 1인당 학생 수(16.9명·초등학교 기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1명)보다는 못하지만 일본(17.1명)·프랑스(19.4명)·영국(19.6명) 등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규모로 교사를 늘리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1980년 982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초·중·고 학생 수는 90년 942만 명, 2000년 795만 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588만 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의 추정에 따르면 2030년엔 학생 수가 520만 명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초저출산 시대를 감안하면 교사를 증원할 게 아니라 오히려 10년 안에 2만 명 이상 줄여야 한다”며 “교사와 공무원은 한 번 뽑아 놓으면 정년을 보장해야 하고 갈수록 임금도 높아지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훨씬 커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예산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5년(결산 기준) 17개 시·도 교육청 예산 56조원 가운데 인건비가 62%인 35조원를 차지했다. 특히 인건비 규모는 2004년(20조원)과 비교해 11년 만에 75%나 늘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에 맞추느라 교사 증원계획을 급조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한꺼번에 많이 뽑으면 다음엔 너무 적게 임용해야 할 수도 있어 수급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정교한 수요 측정에 따른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어떤 정책,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 교원 수요가 필요한지 정확한 로드맵 작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정현진·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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