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AL기의 추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차라리 납치였다면 생환가능성이라도 있었을 것을…. 행여나 하던 한가닥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태국과 버마 접경지대에서 비행기 잔해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맞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실종된지 40여시간이 지난 현재 비운의 이 비행기가 추락한 것은 틀림이 없는것 같다. 마지막 순간까지 기적을 바라고 애태우던 가족들의 울부짓는 장면은 가슴을 에는 듯 아프게 한다.
조종사 대화와 운항행적이 담겨있는 블랙박스를 찾아야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겠지만 난기류나 고장에 의한 추락, 공중폭파등이 사고원인으로 꼽혀지고 있다.
고장일 경우 비행기 외피파손현상으로 추락했을수도 있고 공중폭파일 경우 시한폭탄에 의한 폭파가능성이 높다. 시한폭탄이라면 선거와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교란과 불안야기를 노린 북괴의 불장난일수도 있다.
그 어느쪽이건 이번 보잉 707기 추락사건은 우리 모두의 충격이고 불행이 아닐 수 없다.비행기 운항의 안전도가 나날이 높아가고 있고 안전도에 관한한 비행기가 가장 높다는데 비행기 사고가 잦다는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78년에는 무르만스크 동체착륙사고가 있었고, 83년에는 악몽과도 같은 그 끔찍한 피격사건도 경험했다.
앞서 두건의 비행사고는 소련의 비인도걱 만행에 기인했다 하더라도 어떻든 인위적으로 막을수도 있었다. 더구나 퇴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번 사고비행기는 지난 9월2일에도 앞바퀴가 빠지지 않아 김포공항에 동체착륙을 했던 문제의 비행기 였다.
항공사고는 전손성(all or nothing)이어서 일단 사고가 났다하면 한사람도 살아남기 어렵게 되어있다. 따라서 어떤 항공사이든 승객에 대한 최대의 서비스를 안전운항에 두고 만전을 다하고 있다.
외국엘 나가 KAL기의 늠름한 자태를 보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건 KAL이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번 사고가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한다. 대한항공의 대외적인 신뢰손상은 물론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생명의 희생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행여 정비소홀·무리한 운항이나 근무태세에 이완은 없었는지 재점검하고 완벽한 안전체제를 확립해야 할것이다.
이점에서는 대한항공의 감독기관이자 항공정책전반을 관장하는 교통부도 예외일 수 없다.
항공정책의 부재, 안전대책의 빈곤은 어떤 경우건 용납되지 않는다.
재회의 설렘이 산산이 부서진 가족들에 무어라 위로를 해야할지 망연해진다. 다만 비행기 잔해수색과 보상등 사태수습에 소홀함이 없기만을 바랄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