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손꼽히는 밴드지만 TV 출연 몇번 없이 마지막 앨범 내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90년대와 2000년대 대중과 전문가 모두의 호평을 받았던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이 마지막 앨범을 발표하는 자신의 심경을 솔직히 밝혔다.

[사진 민트페이퍼, 이석원 블로그 캡처]

[사진 민트페이퍼, 이석원 블로그 캡처]

지난 29일 이석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언니네 이발관의 6집이자 마지막 앨범인 '홀로 있는 사람들'이 다음달 1일 출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글머리에 "이곳은 팀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운을 뗐다.

이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는 건 힘든 일이다. 23년간 이 일을 해왔고 그 시간 동안 제게 수많은 꿈과 상처가 있었다"라고 지난날을 회고하며 "이제 그 모든 것의 마지막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끝내 남들 앞에 서는 일이 편하지 않았고, 제 음악 들어달라 기자들에게 손 내미는 일도 하지 못해서 그저 이렇게 이곳에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홍보를 한다"고 말하며 "저의 마지막 목소리를 많이 들어달라"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매니지먼트사인 블루보이에 따르면 "6집은 언니네 이발관이 9년 만에 내는 정규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다. 다만 블루보이는 "멤버들이 밴드를 해체하고 음악 활동을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신곡이나 앨범 같은 결과물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언니네 이발관은 1996년 1집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로 데뷔했으며, 언니네 이발관 보컬인 이석원은 '보통의 존재', '실내인간' 등의 책을 쓰기도 했다.

언니네 이발관은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가 2008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모던 록 음반'을 수상했고 수록곡 '아름다운 것'은 '최우수 모던 록 노래'로 꼽히는 등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밴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리더 이석원이 대중 앞에 서는 걸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TV 등 대중매체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23년 활동 동안 단 6장의 정규앨범을 내는 등 드문 음반 활동도 그들의 명성에 비해 인기가 낮은 이유가 됐다.

특히 언니네 이발관은 밴드가 만들어진 스토리가 기구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90년대 초 PC통신의 음악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이석원은 다른 밴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독설가로 유명했다. 당시 음반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동호회 모임이 열리면 음악인이 아니면 다른 멤버들에게 비난받을 것을 걱정하다 자신이 언니네 이발관 밴드 리더라고 거짓말을 했다. 언니네 이발관은 이석원이 본 성인영화 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후 이석원은 악기를 잘 다룰 줄 모르는 이들과 함께 멤버를 구성했고, 엄청난 노력 끝에 실제로 노래를 작곡하고 연주를 해 홍대 밴드 사이에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석원은 기존 밴드들이 자신의 노래를 작곡하고 연주하는 활동보다 기존에 있던 곡을 연주하는 풍토에 반발해 자신의 곡을 직접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희주 인턴기자 lee.hee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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