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무임승차 vs 이중부과'...망 사용료 갈등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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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한 이용자. 김성태 기자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한 이용자. 김성태 기자

최근 페이스북과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페이스북에 '캐시서버' 설치 비용 분담을 주장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별도의 부담 없이 전용망 추가를 요구하며 벌어진 갈등이다.

캐시서버는 인터넷망 중간에 설치되는 임시 저장 공간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동영상 등이 폭증할 경우 인터넷 트래픽이 늘어나는데, 이때 접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한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동영상 우선 전략, 생방송 콘텐츠 강화 등으로 플랫폼 내부에서 동영상 급격히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인터넷 트래픽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국내 ISP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인터넷망 이용에 따른 대가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망을 이용하고, 페이스북 동영상 등 트래픽이 증가하고 있으나 대가산정 논의를 못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캐시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하면 망 소통에 좋아 ISP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국내 캐시서버 설치에 따른 비용과 네트워크상의 트래픽, 메가/기가바이트당 얼마 하는 식으로 비용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업체들은 이미 이 비용을 내고 있어 형평성 문제와도 연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의 망 사용료 지불 요구에 '이중부과' 지적도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SK브로드밴드는 이미 인터넷 사용 요금을 개별 사용자로부터 받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트래픽이 늘어난 해외 콘텐츠 제공자(페이스북 등)라고 해서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중으로 비용을 받는 꼴이라는 견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은 누가 더 절박한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콘텐츠 업체들(페이스북 등)은 이미 통신사가 사용자에 받고 있다는 입장이고, 콘텐츠 업체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면 이중으로 받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내 ISP와 해외 업체 페이스북 사이의 갈등에서 피해는 사용자가 받고 있다. 인터넷 접속이 느려져 SK브로드밴드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많다.

이에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실질적인 망 증설작업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밤 10~12시 사이 사용량이 늘어날 때 접속이 지연되는 정도고, 네트워크 용량 증설 작업 진행으로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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