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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의원 카드’로 장관 인선 논란 정면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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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더불어민주당의 현직 의원 4명을 새 정부의 장관으로 지명했다.

민주당 의원 4명, 장관 지명 #선거 통해 일정부분 검증된 측면 #상대적으로 쉽게 청문회 통과해와 #청와대 “정당 통한 책임정치 의지” #영·호남·충청 지역·여성 고루 안배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위장전입 논란 등으로 인사 문제가 빚어지자 직접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인선을 재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로 김부겸(59)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도종환(63) 의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김현미(55)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김영춘(55) 의원을 발탁했다.

이날 인선은 현역 의원들을 발탁하는 ‘의원 입각’ 카드를 통해 상대적으로 인사청문회를 돌파하는 데 쉬운 길을 택했다. 선출직인 현역 의원들은 이미 선거기간 중 검증이 된 측면이 있는 데다 동료의원들이 청문위원을 맡기 때문에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쉽게 청문회를 통과하곤 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검증 기준은 정치인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에 검증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의원 입각은) 정당정치를 통한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대통령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선에는 지역과 여성을 고루 안배한 측면도 있다. 김부겸 의원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이 포진한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김현미 의원은 전북 정읍 출신의 여성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지역 안배에 계속 신경 쓰겠다. 호남도 광주·전남과 전북을 따로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의원은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도종환 의원은 충북 청주, 김영춘 의원은 부산이 고향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주요 인사 발표는 직접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4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발표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맡았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것에 대한 상징성과 진정성은 이미 국민들께 전달됐다는 판단을 했다”며 “이제 속도를 내가면서 일을 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선 발표를 재개한 것과 관련해 “당초 지난 목요일에 발표하려고 했으나 (인사 논란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장 표명이 있었고 주말 동안 정무적 노력이 이어졌다”며 “결과적으로 야당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3수 끝에 지역주의 깨 “지방분권 제도화 할 것”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국민의 명령은 중앙과 수도권의 기회 독점을 나누라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잘 통과하고 장관이 되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고히 제도화하는 장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한 김 후보자는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재도전,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대구·경북(TK)에서 승리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 정치학과 시절인 1977년 유신반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제적당했다. 이듬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실형을 산 재야 인사 출신이다. 한때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에 몸담았으나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문화장관 된 ‘접시꽃 당신’ “무너진 조직 바로 세울 것”

‘접시꽃 당신’의 시인이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30일 “블랙리스트와 최순실 게이트로 무너진 조직의 쇄신을 통해 잘못된 정책과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책임을 묻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 후보자는 이날 장관 지명 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런 엄중한 시기에 장관 후보자가 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 후보자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밝혀졌듯 문화를 사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모든 문제의 중심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있었다”는 진단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전모를 밝히는 데 앞장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를 기념해 헌시 ‘운명’을 쓰고, 광화문 추모문화제와 봉하마을 추도식에서 이를 낭독했었다. 도 후보자는 중등 교사로 재직하던 중 1984년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투옥됐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첫 여성 정무비서관 출신 … 첫 여성 국토부 장관으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국토는 ‘국민의 집’이다.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국민의 집 국토’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장관인 만큼 따뜻하게 껴안고 세심하게 보살피는 주거·교통 정책을 펴겠다”며 “26살에 입당해 올해로 30년째다. 당·청 소통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임명되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자리에 오르는 첫 여성이 된다. 그는 198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평화민주당에 당직자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당료 출신이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여성으론 처음으로 정무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래 3선을 하면서 정무위·기획재정위 등에서 활동했다. 국토위 경험이 없어 ‘정무형 장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11년엔 아줌마의 리얼한 생존 분투기를 다룬 정치 에세이집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을 펴내기도 했다.

김기환 기자 kkkim@joongang.co.kr

YS 총재 비서로 정계 입문 “해운·조선 위기 해결 시급”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30일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에서 시작된 해운산업 전반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운·수산 어느 한 분야도 쉽지 않은 어려운 시기에 해양수산부 장관이라는 중책에 내정되어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앞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자는 “해운산업과 연관해 조선산업 불안까지 전체 해운과 물류의 위기, 조선 항만의 위기가 다 하나로 연관이 돼 있어 이것을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며 “또 지속가능한 해양자원의 이용과 보전, 해양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해양 강국을 실현하고 싶다”고 했다. “세월호 수습의 마무리와 진상 규명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87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3선 의원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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