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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걸작" 배우들에게 대본 안 보여주고 찍은 영화

중앙일보

입력

영화 '우리들' 스틸 사진

영화 '우리들' 스틸 사진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2016)에는 대본이 없었다.

윤 감독은 영화 속 '진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배우들을 위한 대본을 없앴다. 정확한 지문과 대사는 오히려 배우들을 얽매이게 할 것이라 생각했다. 윤 감독은 촬영 전 배우 각자가 맡은 역할과 배경, 찍을 내용을 설명했다.

감정적으로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거나 배우들에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장면이 있을 때는 촬영 전날 한 장짜리 대본을 보여줬다. 이러한 촬영 방식은 감독과 배우들 간 대화를 나누며 소통할 시간을 확보해주었고, 배우들의 감정과 생각이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도왔다.

배우 선발 과정도 독특했다. 3개월 동안 100여 명의 배우와 만나며 총 3차에 걸친 오디션을 치렀다. 1차에서 1:1로 30분 동안 대화를 나누고, 2차에서는 합격한 배우들을 그룹으로 묶어 연극놀이를 했으며, 3차에서는 좀 더 심화된 방식의 연극놀이를 진행했다.

'우리들' 스틸컷

'우리들' 스틸컷

윤 감독은 오디션 중 선생님이 되어 배우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성격인지, 친구들과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그는 계획된 '연기'보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을 추구했고 그것은 적중했다.

'우리들'은 지난해 6월 체코의 즐린국제어린이청소션영화제 국제경쟁부문(International competition of feature films for children)에서 경쟁부문 초청작 8편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주연을 맡은 최수인(13)은 최우수 어린이배우 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영화제 측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우리들'의 진실성이었다. 완벽한 캐스팅과 배우들의 훌륭한 촬영기법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의심할 여지 없는 걸작"이라며 호평했다.

특히 최수인에 대해서 "첫 장면에서부터 이 여배우와 사랑에 빠졌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눈에서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만의 자연스럽고 진솔한 방식으로 배역에 숨을 불어 넣는다"고 평했다.

'우리들'에는 외워서 하는 연기가 아닌, 즉흥성을 요하는 연기가 많아 매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가 나왔다. 즉흥성은 결국 '진솔함'이 되었고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윤 감독은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을 수상하며 영화사의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

영화 '우리들' 포스터

영화 '우리들' 포스터

임유섭 인턴기자 im.yuseo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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