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소비자 편익 외면한 방카슈랑스 규제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김혜경은행연합회 상무이사

김혜경은행연합회 상무이사

보험상품은 설계사, 온라인, 은행,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Bancassurance)에 대해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차별적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2003년 방카슈랑스를 도입할 당시 만들어진 여러 규제들이 14년이 지난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25%룰, 상품 및 판매인원 제한, 전자통신 등을 이용한 모집행위 금지 등은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금융환경의 변화에 맞게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특정 보험사 상품이 은행에서 모집하는 보험상품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한 ‘25%룰’이 대표적인 규제이다. 이는 대형 보험사와 금융지주사내 은행계 보험사로의 과도한 시장 쏠림현상을 막고,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의 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보험사간 자율경쟁이 저해되고 경쟁력 있는 중소형 보험사의 발전이 제한되고 있다.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보험사가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더라도 25%룰 때문에 시장점유율 상승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갖춘 보험상품도 25% 규제를 지키기 위해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줄이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품을 선택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은행이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경쟁 제한적인 규제이다.

2016년 상반기 조사결과, 방카슈랑스 채널의 불완전판매비율이 0.04%로 전체 판매채널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방카슈랑스 판매 상품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가장 안전한 채널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50조원 수준이던 저축성보험의 신계약액 규모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2012년 120조원으로 2.4배로 커졌다. 따라서 은행에서 방카슈랑스로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보험산업의 추가 성장 기회도 막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각에서는 방카슈랑스 판매상품의 확대가 보험설계사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3년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에도 이와 동일한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보험설계사 수는 10만명 이상 크게 증가하여 과도한 우려였음이 밝혀졌다.

은행 점포별로 방카슈랑스 판매 인원을 2인으로 제한하고, 대출 업무를 병행할 수 없도록 한 규제나 컴퓨터통신 등을 통한 모집행위를 금지하는 규제는 소비자 편익 및 현재의 금융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인공지능이 금융자문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방카슈랑스는 10년도 더 이전에 만들어진 규제의 틀에 묶여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금융서비스 개선,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방카슈랑스 도입 목표를 되짚어보자. 금융환경의 트랜드 변화와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방카슈랑스 규제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혜경 은행연합회 상무이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