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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재검토 이낙연, 지사 때 “선물 상한 5만원 비현실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개정을 검토할 것”(24일 청문회)이라고 밝히면서 법 개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광굴비 거론하며 “농어가 피해” #법 개정 필요성 수차례 언급해 와 #국회에 이미 개정안 11건 발의돼 #일각 “7개월 만에 부패척결 후퇴”

김영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이 후보자는 전남지사 시절 김영란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수차례 냈었다. 농축수산업 종사자 수가 많은 전남 지역의 타격을 우려해서다.

이 후보자는 김영란법 시행일(2016년 9월 28일)을 2개월 앞둔 지난해 8월 1일 전남도 실국장 토론회에서 선물 상한액 5만원을 훨씬 넘는 영광 굴비를 예로 들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달 30일 하나로마트를 방문해서도 “김영란법은 추석 이후인 9월 28일 시행되는데도 소비심리는 벌써 위축되기 시작했고 내년 설에는 엄청난 피해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후보자는 다만 법 시행 후에는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법 취지 자체는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남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김영란법 선물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일부 품목이라도 빼는 방안, 선물 가액 기준 5만원을 1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 식사 가액 기준 3만원을 5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규정을 손댈 것인가”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개정 검토” 방침에 대해 정치권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전남·북과 경북·강원 등 농어촌 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기대가 컸다. 염동열(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자유한국당 의원은 “명절용 한우세트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심각하고 지역 경제도 위축됐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 꼴”이라고 지적했다.

법안 개정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회에는 이미 김영란법 개정안 11건이 발의돼 있다. 대부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유예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총리 후보자가 취임 직후 시정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만큼 수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나. 개정안 추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지난해 농어업 등에 대해서는 김영란법 적용을 3년간 유예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법안인데 소상공인들을 압박하고 학자들의 외부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목표와는 동떨어진 효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법안에 대해 시행 7개월 만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성운 기자, 무안=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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