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오른 김영란법, 국회에선 '환영' 여론이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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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 지명자가 24일 청문회에서 “(김영란법 수정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이 지명자는 또 “취임하면 곧바로 검토하겠다”며 조속한 처리 의지도 드러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ㆍ언론인ㆍ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외부 강연료도 직책에 따라 20~100만원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정치권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전남·북과 경북, 강원 등 농어촌 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큰 압박에서 벗어났다"며 안도하는 반응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강원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은 “명절용 한우세트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심각하고 지역 경제도 위축됐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 꼴”이라고 말했다.

법안 개정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회에는 이미 김영란법 개정안 11건이 발의되어 있다. 대부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유예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총리 후보자가 취임 직후 시정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만큼 수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나. 개정안 추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지난해 농어업 등에 대해서는 김영란법 적용을 3년간 유예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의도 국회 인근 음식점 주인들도 김영란법 개정안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법안 시행 후 3만원이 넘는 메뉴를 줄이고 2만9900원짜리 ‘영란 세트’를 내놓았던 한 한정식집 관계자도 “정치인 등 단골 손님들이 많아 겨우 버티는 정도"라며 "법안을 수정할 때는 현실을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8일 시행 이래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며 신고된 건수는 총 2311건이다. 이중 수사의뢰와 과태료 부과 처분이 내려진 것은 57건(2.5%)에 불과했다. 또한 전체 신고건수의 76.3%는 학교 등 외부 강연과 관련된 신고였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법안인데 소상공인들을 압박하고, 학자들의 외부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목표와는 동떨어진 효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법안에 대해 시행 7개월만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청렴한 사회에 대한 기대로 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한 법안인데, 의원들이 지역구 이해관계를 들어 훼손하려는 행태가 좋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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