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외교장관 후보자 강경화, 청문회 3대 쟁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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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유엔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뒤 25일 귀국해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강 후보자는 헌정 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 된다.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미리 짚어봤다.

①양자외교·북핵 문제 다룬 경험 없고 #②장녀 위장전입·이중국적 '결격 사유' #③'연대 정외과' 편중 인사 지적도 #"신뢰, 기대 부응 위해 최선 다할 것"

①핵심 현안에 대한 ‘필드 전문성’ 부족=업무능력에 있어 강 후보자의 가장 큰 약점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과의 양자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 후보자는 1998년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로 특채된 뒤 장관 보좌관,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 본부 국제기구정책관 등을 지냈고 2006년 유엔 최고인권대표사무소 부고등판무관으로 임명됐다. 이후에는 유엔에서만 근무했다.

외교부 근무 기간이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또 맡았던 대부분의 업무가 다자외교에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주변국의 ‘스트롱맨’ 지도자들이 자국 이익 수호를 위해 공격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는 만큼 청문회에서도 강 후보자의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전망이다.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우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0525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우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0525

강 후보자는 또 북핵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뤄본 적이 없다. 이와 관련, 그는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 문제로서 유엔에서도 여러 번 다뤄졌고, 제가 외무부에 있을 때 (김대중 당시)대통령 통역을 3년 동안 맡으면서도 북핵 문제가 큰 이슈여서 정상외교 차원에서 다뤄질 때 저도 관찰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운 바 있다”며 “(북핵 문제를 다룬 경험이)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후보자는 북 측과 협상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유엔에서도 대북 제재 메커니즘 등에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 이에 대한 후보자의 이해도와 인식, 대북 해법 등이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면 더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은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고려와는 별도로 (대북 인도적 지원은)해야 한다는 게 유엔의 원칙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장녀 위장전입, 이중국적 문제=청와대는 지난 21일 강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그의 장녀가 이중국적이었다가 한국 국적을 버렸고, 한국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선제적 시인’이었다. 능력을 우선적으로 감안한 인사로서, 강 후보자를 외교장관으로 기용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장녀가 다시 한국 국적을 회복하겠다고 한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5대 비리 가운데 2개에 해당한다. 청문회에서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먼저 시인했다고 비리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야당의 반응이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셀프 파괴, 원칙 파기’를 하고서는 단 한 마디 해명도 없다”며 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 23일 브리핑)

또 현재 청문회가 진행중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에도 부인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당에서 이런 결격사유를 이유로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지연시키면서 강 후보자도 집중공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부는 ‘초긴장 모드’다.

③‘연대 정외과’ 편중 인사=새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 중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 많다는 점이 편중 인사로 지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강 후보자 모두 ‘연대 정외과’ 라인이다. 이 중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유일한 자리가 외교부 장관 후보자이기 때문에 강 후보자에게 관련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강 후보자의 지명이 예상치 못했던 ‘깜짝 발탁’이었던 것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연대 정외과 라인이 서로 밀고 끌어주며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12·28 위안부 합의 재협상 문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의 국회 논의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강 후보자의 입장도 청문회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아직 직접적으로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25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인근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그는 청문회 통과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뵈러 가겠다”고 말했다.

또 외교안보 환경이 엄중한 상황에서 본인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국제무대에서 10년 간 일 한 경험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셔서 (대통령이)부르신 것으로 안다. 대통령께서 중책을 맡기기 위해 불러주신 데 대한 신뢰에 깊이 감사하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지혜·여성국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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