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前관료 "아베의 사학재단 개입 문건은 사실…내가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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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중앙포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중앙포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을 승인하도록 정부 부처들을 압박한 내용의 문건은 사실이라는 증언이 일본 전직 관료의 입에서 나왔다고 아사히신문이 25일 보도했다. 그동안 아베 정부는 이 문건을 "출처를 알 수 없어 신빙성이 없는 문건"이라고 부인해왔다.

문부과학성 전 사무차장 "총리의 압력 못 느꼈다면 거짓말" #아베 측 "출처를 알 수 없어 신빙성 없는 문건"

지난 1월까지 문부과학성에 재직했던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사무차관은 25일 공개된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을 고등교육국 전문교육과로부터 수의학부 신설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 그 문건을 봤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공개된 정부 문건에 따르면 총리실을 담당하는 내각부는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 건에 대해 문부과학성 측에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며 "관저 최고위층의 의견이다", "총리의 의향이다" 등 아베 총리의 지시임을 암시했다. 마에카와는 이 문건에 대해 "총리의 의향이라고 하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압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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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카와에 따르면 당시 문부과학성은 대학의 수의학부 신설을 계획하지 않고 있었다. 마에카와는 "수의학부 신설은 관련 부처인 농림수산성, 후생노동성에서 수의사가 부족하다는 데이터나 생명과학 분야 인재가 필요하다는 수요를 제시하지 않으면 추진될 수 없다"며 "그런데 그 (가케학원의) 수의학과 신설은 마지막까지 그런 자료가 전혀 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문건도 공개됐다. 전날 야당 민진당은 "'안된다'는 선택지는 없다"며 내각부가 문부과학성을 압박하는 내용이 구체적인 협의 시간, 참석자 4명의 이름과 함께 적혀 있는 '내각부 심의관과의 협의 개요'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다.

민진당 측은 25일 참의원에 마에카와의 참고인 초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아즈미 준(安住淳) 민진당 대표대행은 "당시 일하던 사무차관이 문서가 모두 사실이라고 말한 이상 의회에서도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출처를 알 수 없고 신빙성이 없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말은 거짓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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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 개입 의혹은 지난 17일 내각부가 문부과학성에 신속한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촉구한 문건이 공개되면서 본격화됐다. 수의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지난 52년간 수의학부 신설 요청을 거부해왔던 일본 정부가 지난해 11월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만 허용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됐다.

아베 총리가 가케학원 이사장과 함께 골프를 치는 등 가까운 사이인데다 아베의 부인 아키에가 가케학원 어린이집의 명예원장을 맡고 있어 '아베가 친분을 이유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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