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 소임 다했다” 촛불 끈 ‘퇴진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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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촛불집회를 약 200일 동안 이끌어 온 시민사회단체 모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24일 해산을 선언했다.

집회 주도한 시민단체, 해산 선언 #주최 측 “23차까지 1684만 명 참여”

퇴진행동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소임과 역할을 다했기에 국민들께 해산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에는 “늦가을에 시작해 매서운 한파를 뚫고 새봄이 올 때까지 촛불을 꺼뜨리지 않은 시민들이야말로 위대한 촛불항쟁·촛불혁명의 주인공이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9일 3만 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그해 12월 3일 232만 명까지로 불어났다. 6일 뒤 국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후 시민들은 겨우내 주말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촛불집회에는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온 사람들도 있었고 혼자 광장을 누비는 ‘혼참러’들도 있었다. 집회가 열릴 때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왔던 대학생 김문철(24)씨는 “촛불집회는 마치 축제 같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동지애를 느끼곤 했다”고 말했다. 매주 평화로운 집회 분위기가 이어졌고 사람들은 경찰차벽에 꽃 스티커를 수놓았다. 그러는 사이에 청와대와의 거리는 더욱 좁혀졌다. 지난해 12월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 때는 법원이 청와대에서 불과 100여m 떨어져 있는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하도록 허용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임박했을 때는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집회 열기도 가열됐다. 서울 시내는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의 ‘촛불’과 시청 앞 서울광장의 ‘태극기’로 갈라졌다. 지난 3월 1일에는 탄핵 반대 집회가 정부서울청사 인근으로까지 전진해 경찰이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차벽으로 광화문광장을 둘러싸기도 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는 지난해 10월 29일 1차 집회를 시작으로 지난달 29일 열린 23차 집회까지 연인원 1684만8000명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박석운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우리 모두에게는 촛불이 남긴 개혁 과제 등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그동안의 활동 상황 등을 기록한 백서를 만들어 내년 10월에 공개할 계획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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