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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추종 무장단체, 필리핀 도시 점령…정부는 계엄령 선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작은 도시 마라위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마우테에 점령돼 정부군이 탈환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다나오섬은 수도 마닐라에서 800㎞ 가량 떨어진 곳으로, 필리핀 정부는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해 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이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나흘로 예정돼 있던 모스크바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현지 언론 래플러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이날 오후 무장 반군들이 도시에 침입했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군대를 파견했다. 현지 주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내 곳곳에서 군인들이 목격됐으며 폭발음도 수차례 들렸다고 전했다. 교전 과정에서 경찰 1명과 정부군 2명이 숨지고 정부군 12명이 다쳤다. 마우테 측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는 전했다. 현재까지 민간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날 마라위엔 IS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이 곳곳에서 펄럭였다. 마우테는 차량에 검은 깃발을 달고 시내를 누볐고, 마라위 시청과 국립병원ㆍ교도소ㆍ민다나오 주립대 등 주요 시설에는 검은 깃발을 내걸었다. 일부 언론은 민다나오 주립대 학생들이 마우테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전했다.

23일 필리핀 마라위를 점령한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마우테의 차량. IS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이 달려 있다. [사진 트위터]

23일 필리핀 마라위를 점령한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 마우테의 차량. IS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이 달려 있다. [사진 트위터]

마라위 탈환 작전을 위해 투입된 필리핀 정부군. [사진 트위터]

마라위 탈환 작전을 위해 투입된 필리핀 정부군. [사진 트위터]

마우테가 탈취한 마라위 경찰차에 IS상징 검은 깃발이 세워져 있다. [사진 트위터]

마우테가 탈취한 마라위 경찰차에 IS상징 검은 깃발이 세워져 있다. [사진 트위터]

교회와 학교는 불길에 휩싸였고 전기 공급도 끊겼다. 이번 작전을 주도하는 정부군의 에두아르도 아노 장군은 “마라위에 침투한 반군은 50~1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학교와 교회, 가정집 등에 불을 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마라위는 현재 암흑에 휩싸인 상태다. 어둠 속 곳곳에 마우테의 저격수들이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는 군 병력 1000여 명이 급파됐으며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테러범을 가혹하게 다룰 것이며, 한 달 안에 사태가 수습돼 계엄령이 끝나면 좋겠지만 (계엄령 기간이) 1년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이들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다. 두테르테는 또 러시아에 현대식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IS추종 반군 마우테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 [사진 트위터]

IS추종 반군 마우테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 [사진 트위터]

23일 IS추종 반군 마우테의 습격을 당한 필리핀 마라위에서 건물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이날 마우테는 학교, 교회, 가정집 등 여러 건물에 불을 질렀다. [사진 트위터]

23일 IS추종 반군 마우테의 습격을 당한 필리핀 마라위에서 건물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이날 마우테는 학교, 교회, 가정집 등 여러 건물에 불을 질렀다. [사진 트위터]

필리핀에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국가 전역에 처음 발동해 21년간 독재자로 군림했고, 2009년에는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테러가 일어난 마긴다나오주에 한정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철권 통치 중인 두테르테가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 마라위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2200만명이 거주하는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한 것 또한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리핀 헌법에 따르면 계엄령은 처음 발동한 후 60일간 지속할 수 있고, 이후에는 의회 승인을 얻어야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필리핀 의회는 두테르테 진영이 장악하고 있어 계엄령이 철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필리핀에선 1970년 무렵부터 모로민족해방전선, 모로이슬람해방전선 등 이슬람 반군단체들이 무슬림의 독립을 요구하며 40년 넘게 무장 투쟁을 벌여왔다. 약 400만 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는 민다나오섬은 이런 반군의 본거지로, IS를 추종하는 마우테를 비롯한 크고 작은 반군 단체들이 밀림에 거점을 두고 활동 중이다. 이들 중에는 알카에다와 결합한 세력도 있다. 마우테는 지난해 9월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민다나오섬 다바오시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8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이기준ㆍ임주리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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