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네 차례나 만나게 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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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법정에서 서로 불편한 3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만난 두 사람은 눈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동안 법정에서 만나지 않으려 애써왔다.

지난 2일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경재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자리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살을 에는 고통"이라는 최씨 말을 전했다. 16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선 박 전 대통령 측이 재판 분리를 요청했다. 이상철 변호사는 "박영수 특검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 사건과 검찰이 기소한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은 별개이니 분리 심리해 달라"고 말했다. 또 "최씨 재판이 이미 진행 중이다. 재판부에 예단을 심어주거나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결국 이날 원치 않는 조우를 했다. 법원이 두 사람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최씨는 검찰 측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말하다 "이 재판정에 40년간 지켜본 박 대통령을 나오게 한 제가 너무 많은 죄인이다"며 흐느꼈다. 이어 "박 대통령이 뇌물로 나라를 움직였다고 절대 생각 안 한다. 검찰이 몰고가는 형태다"고 말했다. 최씨가 이런 말을 할때도 박 전 대통령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당분간 많게는 일주일에 네 차례 마주쳐야 한다. 이날 재판부는 앞으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은 나눠서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소 주체가 특검팀이든 검사든 합쳐서 심리하는 데 법률적인 근거가 충분하고 과거 사례도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당분간은 주 2~3회 정도로 (재판을) 하되 4회까지도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최씨와의 공모를 줄곧 부인해온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씨와 나란히 앉아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수용하기 힘든 현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분리시켜 놓았다. 증거 인멸 모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수감하며 그곳에 있던 최씨를 서울 구로구의 남부구치소로 이감시켰다. 구치소 내에서 오가며 만나는 것도 막는 조치였다. 이후 최씨는 "법정까지 오가기가 힘들다"며 여러 차례 서울구치소로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했으나 법무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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