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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님, 옥체 보존하시옵소서”…청와대 파격적 경호 생략에 안전 우려도 많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부산 영도 어머니 자택 앞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부산 영도 어머니 자택 앞에서 시민들과 사진을찍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열린 경호, 낮은 경호로 연일 파격 행보를 보이면서 권위주의에서 벗어난 모습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안전사고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과 함께 버스를 타고 경남 양산에서 부산 영도로 이동하는 장면이 공개된 뒤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인터넷과 관련 기사엔 “대통령 신변이 걱정된다”는 네티즌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시민들 접근 막지 않고 셀카 요청 다 받아줘 #22일 부산 영도 모친댁 방문 때는 청와대 직원과 버스로 이동 #권의주의 탈피 행보에 신선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상당수 네티즌들 “대통령 홀몸 아니다” 경호 강화 요구글 잇따라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과 동시에 ‘광화문 대통령’ 구상에 따라 국민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시도하고 있다. 취임식 날 국회 본관 앞 잔디밭에서 지지자와 ‘사진찍기 세례’를 했다. 지난 11일 서울 홍은동 사저에서 청와대로 출근하는 길에는 시민과 돌발적으로 만나 ‘셀카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방부를 방문했을 때에는 현관 로비에서 여군들과 사진을 찍었고 여군의 사인 요청을 받아줬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전의 대통령들이 방문했을 때에는 경호를 이유로 장관과 실·국장만 현관 로비에 나와 있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방부에서 200m 떨어진 합동참모본부로 이동할 때에는 걸어 갔다. 짧은 거리이지만 도보로 이동하는 것은 경호 등의 이유로 볼 때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말도 있었다.

대통령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외부 일정을 소화할 때는 방탄 소재의 전용 차량을 이용하며, 대통령 차량 주변을 에워싼 청와대 경호실 소속 차량과 경찰 차량 여러 대가 주변 통신을 차단하는 등 ‘경호작전’을 하는 게 통상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부산 영도구 어머니 자택을 방문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다. [사진 최유주 씨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부산 영도구 어머니 자택을 방문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다. [사진 최유주 씨 제공]

하지만 문 대통령은 22일 경남 양산 자택에서 모친이 있는 부산 영도로 이동하면서 대통령 전용 차량이 아닌 25인승 청와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교통 신호 통제도 없이 40㎞가량을 달렸다. 청와대는 “주민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모친댁에 도착한 뒤에는 수십 명의 동네 주민들과 자유롭게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전한 언론 보도에는 840여개의 댓글이 달렸고, 99%가 문 대통령의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아이디 badlong인 네티즌은 “어떤 이유인 줄 알지만 이제 혼자만의 몸이 아닙니다”며 “경호는 반드시 받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네티즌 남두환 씨는 “국민 불편 괜찮다”며 “국민이 조금 불편해도 나라의 원수에게 문제가 생기면 대혼란”이라고 우려했다.
아이디 volu***인 네티즌은 “대통령 신변을 걱정해보기는 처음”이라며 “국민 걱정하게 하지 마시고 경호 제대로 받아달라”고 했다. 아이디 0401****인 네티즌은 “경호는 사치 부려도 된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열린 경호를 하되 최첨단 장비를 활용한 과학적인 경호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용인대 박준석 경호학과 교수는 “테러단체는 물론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와 사이코패스와 같은 정신질환자들이 대통령 신변 안전을 언제든지 노릴 수도 있다”며 “이들에 대한 프로파일링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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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이어 “첨단 장비를 활용한 과학적인 경호시스템을 구축하고 경호원을 교육시켜야 한다”며 “새로 정립된 경호시스템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헛점을 사전에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을 배려한 파격적인 경호도 나쁘지는 않지만 가장 기본은 대통령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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