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지난달 실패했던 미사일 시험장소 고집했던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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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1일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북극성-2형(KN-15)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북한이 북창에서 미사일 실험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에도 북창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북한이 장소를 선정했던 배경을 보니 우연이 아니었다. 북창 일대는 북한군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군 관계자 "북창알루미늄공장 미사일 부품 생산" #평안남도 북창 지역 지하에 비밀 군수공장 몰려있어 #2015년 발전소 석탄공급 철도 보강해 전력공급 보강 #위성사진 보니 군수공장 주변 하천에서 시험발사해

북한 노동신문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22일 보도한 ‘북극성-2형’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22일 보도한 ‘북극성-2형’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4일 평양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화성-12형(KN-17) 시험발사를 했다. 북한의 관영매체는 같은 날 성공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또 하나의 완벽한 무기체계”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성공했던 건 아니다. 지난달 29일 북창 일대에서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군 관계자는 “열병식에 등장했던 ‘KN-17’ 미사일 실험으로 보인다”며 “발사 직후 폭발해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평북 구성은 평남 북창에서 약 100㎞ 정도 북서쪽에 위치한다.

북한이 북창 일대를 시험발사 장소로 고른 이유는 미사일 공장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군 관계자는 22일 “북창 인근 지역에서 미사일을 조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신문도 “제2자연과학원 산하 ‘북창알루미늄공장’에서 미사일 재료를 공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2자연과학원은 핵무기를 비롯한 북한의 무기개발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군 관계자는 “과학원 본원은 평안남도 평성에 있지만 분원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구성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구성에도 미사일 기지가 있고 비행장에서 조립했다고 알려져 있다.

북창알루미늄공장에서 미사일과 핵무기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구글 캡처]

북창알루미늄공장에서 미사일과 핵무기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구글 캡처]

평안남도 관하리에 위치한 북창알루미늄공장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핵심시설로 이미 주목받아왔다.
 공장의 존재는 35년 전에 처음 알려졌다. 냉전의 대립이 한창이던 1981년 4월 18일 모스크바 방송은 “소련이 공산국 원조계획에 따라 기술자를 북한으로 보내 지원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일반 공업시설로 파악됐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본격된 이후 분석이 달라졌다. 북창공장에서는 원심분리기 제조에 쓰이는 특수알루미늄을 생산한 뒤 인근 개천의 군수공장으로 보내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북창 주변지역에는 다양한 군수공장이 몰려있다. 군수공장이지만 겉으로는 평범한 공장으로 위장해 구별이 어렵다. 농업용 기구인 트랙터 공장으로 이름을 걸고 실제는 탱크를 만든다. 북한이 북창지역 전력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선 진짜이유는 군수공업에 있다. 김정은 정권이 무기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 북창화력발전소에서 공급해야 할 전력량도 늘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2015년 10월 9일 “‘옥천-양촌 철길공사를 끝내는 성과로 북창의 동력기지에 필요한 석탄수송을 보다 원만히 보장하게 됐다”며 “최후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오늘의 총공격전에서 철도지원사업이 가지는 중요성을 깊이 자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전소와 부품 제조공장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만 미사일을 조립하는 공장은 지하에 건설되어 있다. 지난 1991년 평안북도 강계 부근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당시 정보당국은 군수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로 추정했다. 북한이 미군의 폭격에 대비해 군수공장을 지하에 건설했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추정은 이후 사실로 드러났다. 강계 부근에서 당 간부로 일하다 1993년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지하에  미사일 공장이 있었는데 폭발했다”며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공장 주변에 위치한 하천의 지형과 북한에서 공개한 시험발사 사진을 비교하면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구글 캡처]

공장 주변에 위치한 하천의 지형과 북한에서 공개한 시험발사 사진을 비교하면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구글 캡처]

북한의 21일 시험발사는 군수공장과 가까운 곳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공개한 시험발사 사진을 보면 북창알루미늄공장 일대와 지형이 비슷했다. 사진 배경을 보면 굽어있는 하천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궤도로 움직이는 북극성-2형 발사차량이 먼 거리를 이동해 실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21일 발사한 미사일은 약 500㎞ 떨어진 동해로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진입 성공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은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창에서 시험발사가 또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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