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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 붙은 취업률표, 현장실습 서약서…특성화고 학생들은 웁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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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전북 전주에 있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하던 특성화고 3학년 홍모(당시 18세)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상담원으로 일한 홍양이 사망 전 아빠에게 남긴 마지막 문자는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였다.

홍양의 죽음은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근무하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인권침해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125개 시민사회단체와 청소년 노동인권 네트워크가 모인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의'(현장실습대책회의)는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근본적 검토와 의견 표명, 정책 권고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는 취업표. [사진 현장실습대책회의]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는 취업표. [사진 현장실습대책회의]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서명받는 서약서. [사진 현장실습대책회의]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서명받는 서약서. [사진 현장실습대책회의]

지난 3주 간 현장실습대책회의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장실습과 관련한 인권침해 내용을 제보받았다. 그 결과 학교 교무실 등 교내에는 학생 이름까지 적힌 취업률 표가 게시돼 있었다. 현장 실습을 나가기 전 학교가 학생들에게 '회사의 사규를 엄수해 현장 실습에 임하고 만약 실습 중 본인의 과실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시 학교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기도 했다. 현장실습대책회의 측은 "서약서에 서명하게 됨으로써 학생들은 어떠한 인권침해적 상황에서도 그것을 수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장실습대책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에서 취업률 향상을 주입받은 현장실습생들은 나중에 들어올 후배들을 생각해 '뭔가 잘못됐다' 느껴도 항의 한 번 하지 못했다. 학교는 학생들을 노동시장에 넘기는 인력파견 업소가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위가 학생 인권침해에 대한 분명한 결정을 내리고 이를 계기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 우선 중단 등을 포함한 의견 표명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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