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합법화’ 행정명령만으로 추진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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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합법화 추진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헌재 “법외노조 규정 합헌” 판정 #법 개정없이 풀기 쉽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신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운영 방향’이란 보고서에는 촛불 개혁 10대 과제로 교원노조 재합법화가 포함됐다. 이 방안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방침을 철회하면 곧바로 합법노조가 된다”는 게 내부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안에 대해선 이견이 적지 않다. 이미 1심(서울행정법원, 2014년 6월)과 항소심(서울고법, 2016년 1월)이 정부의 법외노조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전교조가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단만 남았다. 여기에다 2015년 5월 헌법재판소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본 교원노조법이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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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로선 사실상 구할 수 있는 법률적 판단은 모두 받은 셈이다. 행정명령으로 처리하기엔 너무 먼 길을 왔다는 얘기다. 자칫하면 정부가 법을 무시하고 행정만능주의로 흐른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논란은 2013년 9월 시작됐다. 고용부가 “해고된 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전교조 규약이 교원노조법(현직 교원만 조합원 자격이 있다)을 위반하고 있다”며 규약 개정을 요구하면서다. 전교조는 정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하고 해직자를 계속 조합원으로 인정했다. 고용부는 결국 같은 해 10월 ‘노조로 보지 아니함’이라고 통보했다. 이를 두고 전교조와 정부 간의 법정 다툼이 벌어졌지만 전교조의 완패였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행정조치로 합법노조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건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있는 문구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합헌 판정 당시 “법외노조로 할 것인지 여부는 행정 당국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전교조 문제가 정부 행정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재량권은 “법외노조 통보를 언제 하느냐에 대한 기한 재량권”이라는 게 노동법학계의 해석이다. 즉 교원노조법에는 법에 어긋난 노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무조건 조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정 여부에 대한 재량권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교조 측은 국회에 수차례 법 개정을 요청했다. 법 개정 없이 법외노조 문제를 풀 길이 없어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과 노조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권 논란을 부를 수 있는 행정 조치보다는 관련 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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