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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상담소] 태교로 수학문제 풀면 도움 될까? 근거 없어 … 음악감상이 더 효과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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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Q. 결혼 2년 만에 임신해 현재 3개월 차에 접어든 예비맘입니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해 어렵게 임신한 만큼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를 낳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수학·과학을 좋아하고 잘하기를 바랍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과 성향의 아이가 경쟁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저와 남편 모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에 가까운 문과 성향입니다. 주변 엄마들 얘기로는 임신 중에 수학 문제를 풀면 아이가 수학을 잘하게 된다고 하던데 정말일까요? 수학 태교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양모씨·36·서울 구로구)

수학 잘하는 아이 낳고 싶은데 …

A. 최근 들어 수학 태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취업시장에서 이공계열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생긴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수학 태교는 예비엄마들끼리 모여 고교 수학 교재를 풀거나 19단 외우기를 하는 등 방식도 다양합니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를 낳는 데 태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태아의 지능지수(IQ) 형성에 태내 환경이 결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1997년 미국 피츠버그대와 카네기멜런대 합동연구팀은 “유전자는 사람의 지능지수를 결정하는 데 48%의 역할밖에 안 하고 태내 환경이 52%를 차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수학 태교가 실제 아이의 수학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모체와 태아를 연결하는 탯줄 속에는 세 줄의 혈관만 있기 때문에 임신부가 아무리 수학 문제를 고민하며 풀어도 그 성과가 태아에게 전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오히려 머리 좋은 아이를 낳아야 하다는 강박에 억지로 수학 문제를 풀면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큽니다.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입니다. 박문일(산부인과) 동탄제일병원 원장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아드레날린은 엄마의 자궁 근육을 수축시켜 태아에게 전해지는 혈류량을 떨어뜨린다. 태아가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뇌 기능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수학 태교 등 학습 태교를 하는 임신부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는 설문 결과도 있습니다. 김영주(산부인과)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2015년 임신부와 출산 경험 여성 1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학·영어 등 학습 태교를 한 임신부의 50%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학습 태교를 진행하지 않은 임신부의 스트레스 경험률은 17.8%로 절반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태아의 두뇌 발달을 돕는 가장 좋은 태교는 산모가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김성수 봄빛병원(여성전문병원) 원장은 “엄마가 임신 중에 행복하면 옥시토신 호르몬이 태아에게 전해져 뇌 발달을 촉진시킨다”고 조언합니다. 공기가 맑은 공원이나 숲속을 산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태아의 뇌 발육에 필요한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태아의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킵니다. 클래식음악이나 부모의 음성으로 청각을 자극하는 것도 두뇌 발달에 효과적이고 몸의 좌우와 오른손·왼손을 번갈아 사용하면 좌뇌·우뇌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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